§ 악의 그림자

28‰

by 김가희




§ 악의 그림자


인간은 누구나 악하게 행동할 수 있다. 이 말은 악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구조가 언제든 왜곡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악한 행동이 본래 나쁜 사람에게서만 나온다고 믿을 때 오히려 심화된다. 악은 자신이 악하지 않다고 믿는 태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다. 해악을 정당한 행동으로 해석하는 이유, 타 집단을 열등하게 규정해 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이유도 모두 이곳에서 온다. 인간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만 확보되면 어떤 행동도 도덕적 검열을 통과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냐는 질문은 근본부터 잘못되어 있다. 악은 결코 인간 바깥의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로 열려있다.


해악을 막고 싶다면 행위만 비난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죄책감을 지워버리는 구조-상대가 나보다 덜한 존재라는 전제-를 마음속에서 제거해야 한다.


존재의 평등성을 내면에 갖는 순간에만 정당화의 회로가 끊기고, 악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규범이 아니라 태도다. 어두움은 사라질 수 없지만 작은 빛 하나가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자세, 그것이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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