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연말 특별사면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풀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몰상식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밀어붙이는 것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 흐름을 등에 업은 국정운영의 자신감이 크게 작동한 듯하다. 지지층의 결집까지 유도하는 효과까지 더해져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인 실리를 톡톡히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죄질과 국민 법 감정 등을 따져볼 때 ‘이명박 특별사면’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인’들에게 가장 생색내기 좋은 권한 중의 하나가 특별사면이다. 일반사면은 경범죄 등에 대한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하지만 특별사면은 죄의 유형, 죄질 등과는 상관없이 대통령이 콕 집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죄를 저지른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모든 허물이 ‘리셋’ 되는 ‘통치행태’는 ‘만인은 법 앞에 평등’이라는 경구를 무색케 한다.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가 자체적으로 지난 7월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찬성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찬성이 36%, 반대가 56%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 여론이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20~30대와 중도층의 반대 비율이 특히 높았다. 그리고 5개월 뒤인 지난 12월 12~14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다시 물었다. 이번에도 찬성 39%, 반대 53%로 지난 7월의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7월이나 12월이나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로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 때도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여론’이 좋지 않아 특별사면을 하지 않았고 이번 연말 특사에는 포함을 시킬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 7월이나 12월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우세했음에도 윤 대통령은 ‘민의’를 무시하고 전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 됐을 때는 ‘잘했다’는 비율이 65%에 이를 만큼 여론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지난 7월이나 12월이나 비슷하게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들은 왜 전직 대통령 2명의 특별사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들이 그 ‘죗값’을 충분히 치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형기 도중 허리 디스크 수술 등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것 외에는 4년 9개월을 꽉 채워 수형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건강도 크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그 ‘죄질’이 박 전 대통령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고 의도적이며 수형기간도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명박 특별사면설’을 대하는 국민들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죄값을 충분히 치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1월 형 확정으로 수감된 뒤 1년 7개월만인 지난 6월 28일 당뇨 등의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를 3개월 받았고 그 후 다시 3개월이 연장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는 12월 28일이 3개월 형집행정지 마지막이지만 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연말에 특별사면을 해주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해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 가운데 2년 7개월 가량의 수형기간을 보냈는데 그마저도 1년 7개월만 징역형을 살고 이후는 형집행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보낸 셈이다. 고령임을 감안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4년 9개월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죄질도 국민들이 특별사면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다.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은 뇌물,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때 다스의 실소유주임도 법적으로 인정이 됐다. 그는 2007년 한나다랑 대선후보 경선 연설에서 다스의 실소유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런 삶은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쳤지만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로 확인된 셈이다. 빼돌린 비자금만 252억 원에 이르고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도 법적으로 확인된 액수만 89억원이나 됐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받게 된다면 이 전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벌금 82억원은 면제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완납했고 벌금은 130억원 중 82억원이 남아있었는데 사면을 받게 되면 전액 면제된다. 징역 17년 가운데 고작 1년 7개월 정도만 실제로 수감생활을 했고 벌금도 82억원이 면제되는 ‘특혜 중의 특혜’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다. 대통령의 특별 권한인 특별사면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국민 앞에서 버젓이 ‘위법’을 저지르는 것처럼 ‘권력의 남용’을 느끼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분 없는 특별사면 부담 때문에 야권 인사에 대해서도 사면을 해 부정적인 여론을 ‘물타기’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대통령실은 뇌물혐의로 2년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추징금 7억원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면 배제 방침을 흘렸다가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특별사면을 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야권 인사도 동시에 특별사면을 해주면서 대통령실은 ‘국민통합’을 그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명박’과 ‘한명숙’은 정치적 무게감에서도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게 ‘사면 특혜’를 주기 위한 ‘균형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계속해 왔지만 ‘국민통합을 가장한 측근사면용’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사면해주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절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을 사면해 특혜 시비가 일었다.
이런 특혜 논란 때문에 특별사면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역대 정권에서 계속 제기돼 왔으나 모두 유야무야 되고 있다.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그 누구도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선택적 정의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은 생각지도 못할 중범죄를 저지른 뒤 그 ‘죄값’도 거의 치르지 않고 모든 죄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특별사면 특혜는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평등의식에 대한 상실감만 더 깊게 할 뿐이다. 특별사면은 힘 있고 가진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민은 모두 법 앞에 공평하고 평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