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김기현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왠지 주눅 들고 초조해 보이기도 합니다. 김 후보가 1차전에서 과반 승리를 하지 못하면 결선 투표에서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는 1차전에서 김 후보를 과반 득표 아래로 묶어둘 경우 ‘연대’를 통해 뒤집기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1위 김기현 후보는 비슷한 성향의 황교안 후보와 연대를, 안철수-천하람 후보는 결선을 노리고 서로 ‘연대’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각 후보간 연대로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선투표까지 가게 되면 후보 간 합종연횡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네 후보 중에서 김기현-황교안, 안철수-천하람 조합이 정통보수와 개혁보수 성향으로 나눠져 연대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김기현-황교안 조합을 보겠습니다.
전당대회 초반만 해도 ‘김황(김기현-황교안) 연대’가 가장 현실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두 후보 모두 보수의 정통적자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정치 성향과 정체성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종국에는 황교안 후보를 ‘흡수 통일’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의 TV토론회를 거치면서 깜짝 이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황교안 후보가 김기현 후보를 무지막지하게 두들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을 물고 늘어지며 기존의 ‘점잖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성을 지르는 등 투사로 돌변하는 파격을 보여주었습니다. 김 후보는 연신 웃음을 띄우며 여유 있게 대응했지만 ‘도대체 저 사람이 왜 저러느냐’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황 후보로서는 레이스를 펼치다가 막판에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표를 몰아줄 경우 그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도 있기 때문입니다. 욕심만 과하게 내지 않는다면 부정투표 주장 등으로 ‘정치적 이단아’ 취급을 받는 자신의 곤궁한 처지도 주류 편입으로 생활이 좀 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황교안 후보는 나중에 같은 편이 될 수도 있는 김기현 후보를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내일’(연대)이 없는 사람처럼 계속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을 공격하며 사퇴까지 촉구하자 김 후보측도 당황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두 사람은 TV토론회 등을 하면서도 서로 말을 섞지 않는 등 데면데면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더욱 연대의 통로를 좁히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황 후보가 왜 저렇게 김 후보를 몰아세우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가장 유력한 해석은 “황 후보가 김 후보를 밀어주고 ‘떡고물’ 조금 받아먹느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대권주자로서의 황교안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더 낫다며 독립 선언을 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황 후보는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지는 못했지만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지낸 나름 거물급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유한국당 대표로 21대 총선을 지휘했지만 폭망의 패배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난 뒤 이렇다 할 정치적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근거가 미약한 부정투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우익 유튜버’ 이미지마저 심어주며 보수정당의 주류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런 황 후보로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한때 당 대표까지 지냈던 자신의 중량감을 회복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이벤트인 것입니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생명마저 위태롭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뻔히’ 내다보이는 전략으로는 그동안 폭망해버린 자신의 위상을 단박에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모험을 감행한 것입니다.
이번에 황 후보가 김기현 후보와 연대를 하게 되면 내년 총선 공천 보장 및 일정 정도의 정치적 지분은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김기현 부속품’으로 자신의 처지를 구겨 넣어버리는 반대급부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기현 후보와 연대를 해줘서 얻는 이익보다 김 후보와 보수 정통적자의 경쟁을 통해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독자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특히 총선 공천 보장은 당 대표까지 지낸 황 후보의 ‘과거 위상’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상이고 정치적 지분도 ‘윤핵관’들이 떡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약속을 받을 뿐 구체적 보장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풍찬노숙을 해도 초라한 ‘내 집’에서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반면 김기현 후보측은 ‘김황 연대’가 현실화 되면 비교적 편안한 길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황 후보가 투표 직전에 막판지지 선언을 하게 되면 ‘김기현 대세론’을 굳혀주는 효과가 있어 김 후보가 1차 과반 확보의 목표도 달성하는 게 용이해집니다. 하지만 황 후보가 김 후보에게 별 실익도 없이 ‘비단길’만 깔아주고 전당대회의 병풍으로 전락하게 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경우 ‘김황 연대’는 실현되기 어렵게 됩니다.
김기현 후보측은 여전히 “황 후보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1위와의 연대를 통해 작은 이익이라도 챙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황 후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김기현 저격’을 할 경우 김 후보로서도 1차 과반 확보의 최대 복병을 만나 선거도 어럽게 치르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김 후보로서는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집 나간’ 황 후보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김기현-황교안 연대’는 김 후보의 대세론을 굳히게 해줘 편안하게 1차 투표에서 과반 승리를 안겨주는 핵심 고리입니다. 1위 김기현 후보의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안천 연대’는 안철수 후보나 천하람 후보 모두 ‘동상이몽’으로 서로의 지원이 필요한 입장이지만 그 연대가 누구에게 더 정치적 실익이 있는지 따져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