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

by 성기노

해질녘 노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카메라부터 찾게 된다. 하늘이 발갛에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어디로 떠나야할 것 같은 설렘이 찾아온다. 그 작은 흥분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으로 보면 노을은 조금 전 직접 봤을 때의 감흥을 전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빛이 사위어가면서 어둠이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암부'를 살리려 보정도 해보았지만 그렇게 되면 노을빛이 제 색을 갖추지 못하고 좀 더 밝은, 이도 저도 아닌 색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노을을 살리려 어둠은 그대로 두곤 한다. 노을은 어둠의 '조명'으로 더 붉게, 더 극적으로 빛난다. 어둠의 희생이 없었다면 노을의 찬란함도 없었을 것이다. 어둠 뒤에 가려진 수많은 사물들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도,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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