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타협도 없다’며 불퇴진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깊어지고 체포동의안 부결 논란 이후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이 대표에 대한 결사옹위의 방벽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이 대표도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 ‘질서 있는 퇴진’ 주장이 나오는 등 이 대표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 대표도 강경일변도 대응에서 선회해 당직 대폭 개편과 연말 퇴진 암시 등의 유화책으로 당장 닥친 퇴진론을 일단 비켜가려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압박이 거세져 이를 ‘무마’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 대표는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더미래 의원들은 당의 쇄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존속’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더미래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자리’는 보전해 주겠지만 그 대신 ‘전면적 인적 쇄신’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쓴 소리도, 단 소리도 있었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의 ‘의견’을 전달받고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준점을 잡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당내에 분출하는 ‘사법리스크’의 부작용을 마냥 모른 척 넘어갈 수 없다는 것도 인식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으로는 ‘개딸’(개혁의 딸) 등의 극렬 지지층에 대한 ‘통제’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5일 “내부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이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이어 16일에는 자신의 SNS 트위터에 민주당 법률위원회 입장문을 공유하며 “허위 비방 게시물의 제작 및 유포자에게 해당 인터넷 게시물을 즉각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벌어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당 대표가 포함된 이른바 ‘7적 포스터’ 유포 등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비명계’ 분류 인사들을 상대로 한 비난성 게시물도 유통되는 것에 대해 강력 경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77.77%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이 됐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에 대한 의원들의 충성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 일부 ‘비명계’의 지속적인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부결 정국 이후 자신의 당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난제들을 타개해 나가려 합니다.
당내 ‘비명계’ 등과도 접점을 늘리고 ‘개딸’ 등의 극렬 지지층에 대한 ‘단속’과 함께 그동안 느슨해진 ‘친명계’에 대한 결속력도 다지려 계획중입니다. 이 대표측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선수별 만남, 민주당의 길 만찬 등을 주도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야당 대표다운 ‘전투력’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실적 없는 방일’에 대해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국가 자존심을 맞바꿨다”며 맹비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 60시간 유연근무 논란, 강제징용 굴욕 외교 등으로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이 대표는 그동안 흔들렸던 야당 지도자의 리더십을 바로 세워 당과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거취 압박을 당내 소통과 극렬지지층 견제, 여당 실정 집중 공격 등의 ‘우회전술’로 돌파하려는 것에 대해 ‘비명계’에서는 ‘시간 끌기 작전’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그럼에도 이 대표에 대한 당내의 퇴진 압박의 강도는 그리 세지 않습니다. ‘대안 부재론’이 이 대표의 자리를 철옹성처럼 지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명계’는 여전히 지난 대선에서 47.83%(16,147,738표)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 대표의 ‘경쟁력’을 누를 만한 인물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년 총선까지 이 대표를 끌고 가서 승부를 보는 것이 ‘대안 약체 후보’로 싸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명계’의 ‘대안부재론’을 ‘이재명 사수작전’을 위한 의도적인 방어 프레임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대안주자를 찾아 민주당의 정체성과 야성을 되살리는 것이 내년 총선뿐 아니라 멀리 대선을 위해서도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친명계’는 ‘이재명 대안 찾기’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권이 허공으로 날아가 ‘친명계’가 급속히 와해될 수 있고 이재명만한 인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거취 압박을 피해가기 위해 ‘하반기 조건부 퇴진’으로 ‘비명계’와 타협점을 찾고 있습니다. 매주 재판에 불려 다니는 이 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 여론조사는 찬반이 오차범위 내로 팽팽한 상태입니다. 여론의 지지 외에 동력이 없는 야당 대표가 국민 절반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는 내년 총선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칼자루를 쥔 검찰은 이 대표를 ‘노리개’ 삼아 내년 총선까지 마음껏 농락하며 꽃놀이패를 돌릴 것입니다.
그런 윤석열 검찰 정권의 ‘악마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일단 대표직에서는 물러나 전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하반기에 ‘조건부 퇴진’을 할 의향이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하지만 조응천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해 “(퇴진 시점이) 연말이라고 하는 건 너무 멀다”고 주장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비명계’는 기본적으로 ‘질서 있는 퇴진론’을 불신하며 회의적입니다. 이 대표가 당내 소통을 강화하고 전면적 인적 쇄신 등의 타협책을 내놓은 것을 ‘화전양면전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겉으로는 평화(타협)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전쟁(공천권 사수)을 준비하는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징후가 최근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장경태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치혁신위원회가 최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를 아예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방탄 정당’ 만들기를 공식화하는 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친명계’ 주류 의원들 일각에서는 “당헌 80조로 이 대표 방탄 프레임만 강조되기 때문에 아예 그것을 삭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될 때마다 이 조항 적용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으니 아예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지극히 편의적인 발상입니다. 당 쇄신의 상징과도 같은 조항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논란 싹을 아예 잘라버리기 위해 폐기하겠다는 발상이 놀랍습니다.
지난 16일 이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과 관련해 “총선에서 지면 내 정치도 끝난다.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총선을 위해서라면 내 자리도 내놓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이 대표의 발언은 향후 사퇴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전향적인 발언으로도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 대표의 ‘화전양면전술’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유화적인 스탠스로 당장의 사퇴 압박을 비켜가면서 결국은 내년 총선까지, 그리고 그 이후 대선까지도 ‘이재명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강한 권력의지가 더 눈에 띕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출구 전략이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