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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Mar 23. 2023

장제원의 ‘버럭’은 습관성 ‘강약약강’인가

22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 중간 이석한 것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꾸짖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 도중 고함을 질러 ‘국회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에도 국회 방호직원에게 반말과 고함을 지르며 몰아붙여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다시 안하무인 행태를 보여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장 의원은 지난 22일 행안위 전체회의 도중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향해 갑자기 “사무총장은 뭐 하는 사람인가. 위원이 질의하고 있는데 이석을 하나”라고 고함을 쳤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답변이 끝나고, 이들과 함께 답변석에 앉아있던 박 총장이 대기석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이었다.


장 의원은 박 총장을 발언대로 불러내 “누구 마음대로 거기(대기석) 앉느냐”며 “의원이 질의하는데 이석을 하느냐”며 거세게 몰아세웠다. 장 의원은 당황해하는 박 총장에게 “누구 허락을 맡고 이석했는지 답변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박 총장은 “무슨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이석하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다시 “메모 돌린 사람 일어나라. 누구냐”고 추궁했고, 지목을 받은 선관위 직원에게 “의원 발언 도중 이석하라는 메모를 보내느냐. 당신이 상임위원장이냐”고 몰아세웠다. 이 직원이 “죄송하다”고 하자 장 의원은 “들어!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이 직원에게 “앞으로 국회 출입은 안 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행안위 산회 직전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선관위 사무총장이 상임위원장 허락 없이 이석한 부분에 대해서 선관위는 경위를 제출해주길 바란다. 누가 어떤 쪽지를 누구에게 전달해서 어떻게 됐는지, 그 사람 이름까지 포함해 제출해주길 바란다”며 경위 파악을 요구했다.


장 의원의 갑작스런 고성과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 국민들은 “의원들이 정부기관 관련자들을 아랫사람 취급하면서 노골적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장 의원은 이전에도 국회 공개 석상에서 갑질 행태를 보인 전력이 있다.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30일 새벽 12시 30분경 발생했다.


2019년 4월 30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는데, 장 의원이 '폐쇄된 문'으로 나가려다 방호과 직원의 제지에 반말로 윽박지르고 있다. (사진=엠빅뉴스 캡처)


당시 심상정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투표 중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투표장을 점거하며 고의로 투표를 지연시키자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크게 반발하면서 막혀 있는 출입문을 통해 회의장을 나가려고 했다.


이때는 심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정개특위 회의실을 봉쇄한 상황이었다. 의원들이 마음대로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당시 장제원 의원이 폐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심 위원장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말리며 방호과 직원들을 불러 제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장 의원이 ‘법적’으로 나갈 수 없음에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가려다 사달이 났다. 위원장의 요청에 국회 직원이 달려가 장 의원을 막아서자 장 의원은 “뭐야 이거”라고 소리 지르며 “어디 잡았어? 나 밀었죠. 안 밀었다고? 경호 책임자 나와”라고 반말로 소리쳤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밀어? 정개특위 위원이 회의장을 퇴실하는데 밀어?”라고 다그치며 “밀었잖아. 사과해”라며 계속 고함을 질렀다. 이에 국회 직원이 “의원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자 장 의원은 “정식으로 하세요. 당신 이름 뭐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장 의원의 호통이 이어지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죄 없는 국회 직원들을 겁박합니까? 그러지 마세요. 화풀이할 게 있으면 우리 당한테 하세요”라고 말렸다. 하지만 장 의원은 사태의 본질인 여야 합의 실패에 대한 화풀이라도 하는 듯 계속해서 국회 직원에게 “나는 들어올 수도 있고 나갈 수도 있는 사람인데 왜 밀어”라며 반말로 화를 냈고, 해당 국회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장 의원의 고압적인 갑질 행태를 맹비난했다. 온라인에서는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뽑아주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의식이다” “국회의원이면 반말해도 되나” “폐문이니까 직원이 말린 것인데 반말하며 국회 직원을 겁주고 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며 장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바 있다.


이처럼 예전에 ‘갑질’ 전력이 있는 장 의원은 이번에 또 다시 ‘정부기관’ 관계자들에게 반말로 고함을 치는 갑질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쯤 되면 장 의원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게 반응하는 ‘강약약강’(強弱弱強)의 습성이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듯하다. 강자 앞에서는 철저하게 을의 자세로 약하게 굴거나 설설 기지만 약자 앞에서는 온갖 ‘꼰대’질로 수모를 주고 힘으로 제압하려 든다.


2019년 4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오른쪽)가 정치개혁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자 김종민 민주당 간사가 말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 의원의 ‘고함 추태’를 본 정치권 관계자들은 “장 의원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으로 정권의 실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라는 갑질 의식을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그 행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르며 엄숙함과 존경을 요구한다. 자기들은 걸핏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욕설과 추태를 보이면서도 정부기관 관련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존중과 예의를 지키라고 요구한다. 자기들이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권위와, 의원 개인의 빗나간 특권의식은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회의원들이 정부기관 관련자들을 국회 상임위에 출석시켜 답변을 들을 때 일종의 ‘군기잡기’ 관행이 있다. 답변 중간에 자르기와 장시간 훈계조의 질의는 그나마 봐줄만한 방식이다. 질의를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은 일부 의원들은 관련자들의 답변 태도나 말꼬리 잡기로 기선제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답변 내용의 충실도나 명확성에 대해 정책적인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자들의 ‘태도’나 예의를 걸고 넘어지며 시비를 건다. 고압적인 말투와 고함으로 상대를 윽박질러도 관련자들은 ‘국회에 불려 나온 죄’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다. 만약 의원들의 질의태도를 문제 삼으며 ‘개길’ 경우 ‘괘씸죄’에 걸려 동료의원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하고 관련기관도 ‘찍히기’ 때문에 대부분 참고 넘어가는 편이다.


국회 상임위가 이렇게 철저하게 ‘갑’과 ‘을’의 위치로 굳어지다 보니 의원들은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질의를 하는 게 아니고 답변 태도 꼬투리를 잡아 호통을 치는 걸 자기들끼리 ‘잘했어’ 추임새를 넣으며 좋아한다.


국회는 힘없는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위한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차관급 이상의 예우와 고액 연봉을 받는 특권층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국민을 아랫사람으로 보고 군림하려 든다. 장제원 의원이 고함을 지른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디서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장제원은 이번에 ‘또 다시’ 상대에게 고함을 지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윤석열 권위주의 정권 2인자다운 말본새와 태도다. 국회의원이기 전에 같은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보이는 게 3선 중진이 ‘밥값’을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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