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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Mar 30. 2023

‘전광훈 추앙’ 김재원, ‘국민밉상’ 등극?

김재원 최고위원이 3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목사의 '우파 천하 통일발언과 관련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이 연일 사고를 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며 추켜세웠다가 여당 내에서도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직후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극우적인 발언을 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공개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전광훈 목사를 ‘칭송’하는 발언을 해 국민의힘 지도부도 비판을 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28일 오전 ‘1000원 아침밥 체험’을 위해 경희대 학생 식당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전후 문맥을 모르는 상황에서 보도된 것만 봤는데 별로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주장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 대변인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어의 전략적 구사가 최근에 감이 떨어진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사고’를 치는 김 최고위원을 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홍 시장은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자”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 제명을 연일 주장하며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 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전광훈 목사를 ‘추앙’하는 실수를 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배경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과정에서의 ‘밀약설’이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 데다 ‘친윤계’ 실세도 아닌 상황에서 1위를 차지한 배경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과 전광훈 목사는 공개 모임에서 ‘연대’를 확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보수 세력의 3.1절 광화문 집회에서 나란히 서서 끈끈한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전 목사는 당시 집회에서 “대한민국의 촛대와 주도권은 광화문에 와 있다. (국민의힘이) 협력하면 뭐든지 다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천지개벽할 일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이 여기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3월 12일 예배에서 전광훈 목사와 신혜식 신의한수TV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담을 나누며 웃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너알아TV 캡처)


이에 김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이 되면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고 국민의힘이 함께 가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고향 선배이신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님 제가 잘 모시고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는 같은 경북 의성 출신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100% 당원투표로 진행되는 것을 아는 김 최고위원으로서는 ‘최대의 표밭’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최대의 ‘립 서비스’로 극우보수 표심을 공략했던 것이다.


결국 김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17.55%의 득표율로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전 목사는 전당대회 다음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의 당선은) 3·1절 광화문에 와서 연설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번에 1등으로 당선된 것은 연설 중 ‘고향 어르신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라고 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도 지난 12일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제가 최고위(원회의)에 가서 보고를 하고,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겠다”고 화답하며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자체로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으레 친인척 지연 학연 등의 온갖 네트워크가 동원되기 마련이다.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은 통상적인 정치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집권여당의 최고결정기구에서도 ‘수석’ 위치에 있는 비중 있는 인물이다. ‘사적인’ 발언을 했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지도부 핵심인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를 두 번씩이나 공개적으로 추켜세우며 지지의사를 강하게 표명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빚진 것을 갚기 위한 ‘의도적인 띄워주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했을 정도로 정치 이슈에 민감하고 현안 파악이 빠른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두 번씩이나 ‘실언’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뭔가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해내야 할 ‘밀약’과 관련한 ‘강제 미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3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그동안 특정종교를 등에 업고 장외에서 ‘정치’를 했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김재원’이라는 집권여당 ‘수석’ 최고위원의 ‘공신력’을 뒷배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전 목사가 태극기 부대를 이끌며 ‘우파의 세력화’를 위해 사실상 정치행위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전 목사가 정치에 욕심이 많다는 주장도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전 목사는 2020년 21대 총선 직전 기독자유통일당 창당 등에 관여하며 지원했지만 1.83% 득표로 3%에 미달하며 원내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 직전에는 ‘국민의힘 점령운동’의 일환으로 전 목사측 사람들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로 룰이 바뀌면서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조직력’이 강하게 작동했고 ‘태극기 부대’라는 정치세력을 이끌고 있는 전 목사도 선거에 개입하기가 용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는 ‘극우성향 강경파’로 분류돼 독자 세력 규모에 비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김재원 최고위원 ‘입’을 빌려 제도권으로 입성하려는 일련의 플랜이 작동했을 수 있다. 그래서 전당대회에서 도움을 받은 김 최고위원이 ‘목사님 밀어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하며 그것을 지키려 했던 것이 두 번의 ‘고의적인 실화’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3선 출신의 중진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특정인물을 띄워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추앙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사적인 이익에 이용하는 몰지각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태극기 부대’는 극우적인 성향 단체인데 그런 조직의 수장을 띄워주려는 것은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당(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를 추앙하며 띄우려다 자신이 ‘국민 밉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날선 비난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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