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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Mar 29. 2023

‘윤석열의 진노?’ 외교라인 잇단 사퇴 후폭풍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20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과 함께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정권의 외교라인이 잇따라 사퇴해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12년만에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급하게 외교 라인이 연속으로 사표를 던지는 것이 정상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이냐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습니다. 이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까지 나오면서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라인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대통령실은 “이문희 비서관 후임에 이충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소장을 발탁해 전임자와 인수인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과 5월 G7(주요 7개국)정상회의 등 굵직한 정상외교가 예정돼 있는 시점에서 실무책임자인 이 비서관이 사퇴하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중요한 외교일정을 앞두고 책임 비서관이 갑자기 그만둔 것에 대해 “뭔가 속사정이 있어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문희 비서관은 경질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시작부터 지금까지 1년동안 열심히 일했다. 격무에 시달린 것으로 안다”고 경질설을 일축했습니다. “비서관은 수시로 필요할 때 교체하고, 하반기에 더 외교 일정이 많아 이번 인사가 불가피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외교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해서 당장 ‘전임자’가 빠질 경우 업무 연속성의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아무리 당사자가 격무에 시달렸다고 해고 12년만에 맞이하는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책임자가 ‘개인사유’로 사퇴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업무 관례상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중대한 국가행사를 잘 마치고 홀가분하게 물러나는 게 공무원의 책임윤리 상 맞습니다.


이문희 전 비서관의 갑작스런 사퇴가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3월 12일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이 ‘개인적인 사유’를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핵심 책임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해오다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를 한 것입니다.


대통령실은 두 비서관 모두 “경질성이 아니다”며 세간의 여러 가지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김일범 전 비서관의 경우 아직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윤 대통령이 5월 미국 국빈 방문 때 현지 동선을 관리해야 할 의전비서관이 여전히 공석이라는 것은 김 전 비서관의 사퇴가 단순히 개인적인 사유가 아니라 후임자를 임명할 사이도 없이 돌발성 이슈로 불가피하게 물러났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동선을 챙기는 부속실 내 행정관과의 알력 끝에 밀려났다는 소문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해 김 전 비서관의 갑작스런 사퇴에 대한 ‘정치적 배경’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외교가에서는 “대통령실이 미국 국빈 방문과 G7 참석 등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외교라인을 쇄신 차원에서 교체하려고 했다면 김일범 이문희 전 비서관을 동시에 물러나게 하고 즉시 후임자를 발표하는 것이 정책 연속성 차원에서 맞는 프로세스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이 후임자를 바로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전임자들이 급박하게 사표를 던지고 ‘무책임하게’ 나가버렸다면 그 배경에 뭔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외교는 스케줄 조정과 업무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 프로토콜이라는 점에서 실무 비서관들의 잇단 교체는 또 다른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28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는 방안이 대통령실 내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일범-이문희 전 비서관에 이은 외교안보라인 총괄 책임자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마저 교체된다는 보도입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방미 일정 조율 과정 등을 비롯해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쇄신 필요성을 느껴 왔다. 김성한 실장에 대한 교체가 비중 있게 검토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등 일련의 업무 조율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점에 대한 외교라인의 경질 성격이 깔려 있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또한 동아일보는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안보실장 교체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경질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보도해 김성한 실장의 거취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참모들에게 김성한 안보실장 교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김성한 안보실장의 교체설과 관련해 “(교체설을)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실무 라인이 연쇄 사퇴하고 국가안보실장의 거취마저 도마 위에 오르자 외교안보라인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 업무 연속성과 일정의 차질을 감수하더라도 교체 인사를 결단할 ‘중대 사유’가 윤 대통령에게 대두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3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일본 방문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안팎에서는 “두 비서관의 사퇴를 두고 한일정상회담 성과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아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됐고,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실무상 혼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른바 ‘문책성 교체’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중요 일정이 누락됐고, 윤 대통령이 뒤늦게 이를 보고받고 크게 실망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교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화마’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까지 옮겨갔을 정황이 동아일보 ‘경질설’로 보도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일단 부인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두 비서관 사퇴에 대한 정치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성한 안보실장 교체는 일단 유보 수순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뚜렷이 내세울 만한 내치에 대한 ‘치적’이 없자 외교안보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려고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하고 한미정상회담에도 큰 기대를 하는 등 외교안보정책에 올인하고 있다”는 해석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났지만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등 정치를 파탄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경제지표도 좋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고물가 고금리 경기침체가 지속됨에도 눈에 띌만한 대책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이 더욱 외교안보쪽에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윤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안보 이슈가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돼버렸고 ‘성과’와 ‘실적’을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 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추진 조율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성에 차지 않는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미국 방문과 G7 참석 등의 중요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그것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해 외교라인에 대한 ‘순차적인’ 교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정권을 보면 외교 실무비서진의 경우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정도로 업무 연속성이 중요하고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도 중시되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아무리 격무에 지쳤다고 해도 정권 출범 1년 만에 갑자기 두 비서관이 연속으로 사퇴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인사 관리’에 이상신호가 발생했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리고 그 최종 ‘타깃’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광초 동창이자 50년 지기인 김성한 안보실장에까지 이르렀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디 중요한 국가 외교 행사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불같은 진노’가 외교안보라인의 대대적 ‘숙청’ 참사로 이어지는 불상사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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