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와이프가 김밥을 만든다며 부산을 떨었다. 일본 오니기리는 잘 만드는데 김밥은 오니기리에 비하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김밥이 터지지 않아야 하고 또 예쁘게 적당히 잘 썰어야 한다. 김밥을 싸본 적이 거의 없는(아마 없었을 것 같다) 와이프가 아이 현장학습 때 먹을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디데이 며칠 전 '도상훈련'까지 했다. 하지만 '김밥은 만들기 어렵다'며 포기한, 자르지도 않고 밥알이 흩어진 '김밥덩이'를 그날 저녁으로 먹어야 했다. 맛은 있었지만 모양은 별로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난 와이프는 드디어 '본고사'를 치렀다. 대학 본고사 때 어려운 수학문제 하나를 풀어 합격했다며 소심한 자랑을 하던 와이프는 역시 시험 운이 있는지... 나와서 보니 예쁘게 잘 말린 김밥이 먹음직스러워보였다. 그새 몰래 연습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양은 좋았고, 맛도 그 예쁨에 어울릴 듯보였다.
소담하게 담긴 김밥 도시락을 보면서 문득,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부엌에서 아침부터 소풍 김밥을 만드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들뜬 기분으로 아침에 일찍 눈이 뜨인 채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어머니의 김밥 만드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잠이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어머니는 김밥을 척척 잘도 만드셨겠지만 처음부터 1급 셰프 솜씨는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와이프도 다음에는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나도 와이프에게 김밥 도시락을 싸달라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