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 때 유모차에 태우고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몇 번 다녀보고 난 후부터 어딜 가든지 불안했다. 계단 턱이나 단차 등이 많아 유모차를 자유스럽게 '운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위한 '배리어 프리' 시설이 공무원들의 지각 없는 눈높이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어딜 가도 계단 턱이나 단차 앞에서 유모차를 들어서 옮겨야만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그것이 곧 일상인데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어느 날은 동대문역사공원역 역사 내 한 계단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익숙한 듯 유모차를 같이 들어주셨다. 왕십리역은 아직도 한 5 계단 정도 때문에 완벽한 배리어 프리 시설이 아니다. 리프트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고작 5계단 정도 오르려고 역무원 불러서 짜증 나는 멜로디를 들으며, 주변의 불편한 시선까지 견뎌내야 할 장애인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늘 경향신문에서 반가운 소식을 봤다. 계단뿌셔클럽은 도시의 계단 정보를 모아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편리한 지도를 만들자는 취지로 박수빈(34)·이대호(33) 공동대표가 2021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이들은 건물과 점포를 돌며 계단·엘리베이터 유무, 휠체어 접근성을 조사해 자체 개발한 ‘계단정복지도’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해왔다고 한다.
이런 클럽을 왜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야 하나. 관련 공무원들은 왜 월급을 받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열이 오르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의 근처에는 국가 행정을 위한 편의시설만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