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적극적 개입 원칙을 처음으로 밝혀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은 비 살상 물자에 국한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살상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러시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즉각 반격했고, 이후 러시아대사관은 "이러한 행동은 지난 30년간 양국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인 발전을 이룬 두 나라 관계를 확실히 망치게 할 것이다”고 강력 경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제3국 전쟁 관여도 가능하다는 말과 같다”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워딩’에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우리도 우크라이나 파병에 나서는 것 아니냐’ ‘국가의 전쟁개입 가능성이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등의 불안함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에서 원칙을 표명하는 것과 실제 조치는 다를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외교 ‘전술’을 지켜보자는 신중한 반응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들 신중론자들도 “전쟁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민심을 잘 다독이고 국익 침해와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합니다.
대통령은 국가 안보 수호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입니다.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 대통령의 ‘말’은 곧 한 국가의 안보 전략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에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세계 대전’에 자동 개입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윤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출정’을 앞두고 한미동맹 70주년의 외교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미리 미국에 ‘립 서비스’를 한 것으로 이해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대체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전략이 어떻게 돌아가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되느냐’며 불안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발언도 그동안 윤석열 정권이 노정한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야권의 기계적 반대-대통령실 참모들의 불충분한 해명-결론 없이 유야무야’의 길을 따라갈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에 대한 그 어떤 국민적 공감대도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한 마디 한 이후 어이없게도 ‘전쟁 개입 가능성’까지 일시에 상황이 진척되는 대통령실의 불통과 일방독주 방식이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1인 만기친람 ‘원맨쇼’에 의해 정국이 예측불허 춤을 추고 있다”는 불안한 시각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임기 1년을 즈음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아래까지 추락한 이유 중의 하나도 예측가능하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 없이 윤 대통령의 돌출발언이나 돌발행동으로 ‘정치’가 표류하고 국민들도 거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만 해도 상당히 민감한 외교안보 이슈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필요가 있었는지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국가 안보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한번 뱉은 말은 그 자체로 빼도 박도 못하는 ‘화석’이 돼 버립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비 살상 군수물자 지원과 인도적 지원은 하되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어떤 ‘저의’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전쟁 개입 가능성마저 내포된 중차대한 국가 안보 문제를 국민들이나 야권에 충분한 설명도 없이, 그것도 외신 인터뷰를 통해 ‘별 일 아닌 것처럼’ 언급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돌발행동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 문제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부상될 것이 확실한데 윤 대통령이 미국에 우리의 패를 미리 보여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운신의 폭을 스스로 줄였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래서 외교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직접 지원같은 민감한 이슈를 굳이 직접 언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합니다. 외교부 비공식 라인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루트를 통해 사전 여론 정지 작업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여론 완충 장치’ 없이 곧바로 ‘대통령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게 외신 인터뷰에서 핵심 안보 이슈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외교가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의 ‘1인 원맨쇼’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한 퍼주기’를 했던 한일정상회담도 기시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의 어려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할 정도로 ‘윤석열 1인 결단’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에 대한 첫 번째 ‘특종’도 윤 대통령이 터뜨렸습니다. 가히 ‘결단 증후군’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통령 말씀은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만기친람 원맨쇼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시사이슈에 관심이 많은 윤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해박한 지식을 앞세워 참모들과의 난상토론도 즐겨한다고 합니다. 별명이 ‘59분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의 1시간 동안 혼자 59분 동안 ‘말씀’을 할 정도로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비쳐집니다.
사실 대통령이 혼자 신나서 떠들면 참모들은 조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도 당연히 밀도가 떨어집니다. 회사 회의에 참석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보스’가 혼자 떠드는 회의는 편안합니다. 대안을 얘기 안 해도 됩니다. 그냥 받아쓰기 하는 척 하다가 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보스’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틀리면 ‘보스’ 책임이니 참모들이 애면글면 대안 마련에 열을 올리지도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혼자 들고 있는 나침반에 의지해 점점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자칫 한국이 7000km 넘게 떨어져 있는 ‘이웃나라’를 위해 젊은이들이 참전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6.25 전쟁 때 국가 소멸 위기에서 전 세계국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명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국가 멸절의 위기도 아닌데 우크라이나를 위해 먼저 ‘총대를 메겠다’고 나서는 것은 위험하고 독단적인 선택입니다. 한 ‘영웅주의자’의 ‘고독한 결단’처럼 비쳐지기도 합니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발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대체 국가 안보 이슈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가만히 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가 갈 수도 있대’라는 날벼락을 맞고 망연자실해질 뿐입니다. 정치가 이렇게 ‘부정적으로’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 그것은 분명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이슈는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합니다. 이번 사안도 국회 등을 통해 국가 공론의 장이 먼저 마련됐어야 했습니다. 요즘같이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세상에 ‘전쟁’과 관련한 ‘밀실 야합’이 가당키나 할까요. 학습능력이 빠른 윤석열 대통령만 믿기에 그가 1년 동안 보여준 정치적 퍼포먼스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고 불안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왕권’이 강했던 조선시대 왕들이 왜 꼬장꼬장한 신하들을 거추장스럽게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가 안보는 충분한 숙의와 토론 없이 한 개인의 일방적 아이디어와 결단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복잡다단하고 위험한 문제입니다. ‘1인 원맨쇼’로 될 일이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국민들은 ‘전쟁 가능성’같은 엄청난 핵폭탄 이슈에 대해 ‘윤석열의 결단’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 나라가 결단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