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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Apr 19. 2023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 강력 비난 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윤석열 정권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해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인터뷰가 공개돼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 퇴임 후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공언했던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에서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함께 이룬. 그래서 대한민국이 성취를 한 것인데...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 영화 내용 중 일부가 이날 공개되면서 정치권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영화 ‘문재인입니다’의 이창재 감독과 제작을 맡은 김성우 프로듀서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터뷰 등 영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은 범여권에서 퇴임한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제가 자연인으로서는 잊혀질 수 없는 것이지만 현실정치의 영역에서는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그렇게 밝혔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이)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으니까.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 속에 소환을 하게 되면 결국은 그것이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날선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숙 여사는 “그렇게 밤잠을 설쳐가며 (국정 운영을) 했던 게 어느 순간 바닥을 치는 게 보이니까 본인은 너무 허무하고. 이렇게 가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시는 날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여사는 또 “어떤 날은 (남편에게) 말 걸기가 조금 어려운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사람으로서 참 안 됐다. 그런 생각이 가끔 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입니다’ 영화에는 문 전 대통령이 평상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 텃밭을 일구는 모습 등 퇴임 후 일상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영화를 만든 이창재 감독은 지난 201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를 만든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유형의 제목으로 문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도 제작해 2개의 영화가 시리즈 형식으로 서로 관련이 있게 제작된 것이 특징입니다. 배급사 엠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가 다음 달 개봉되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특별 상영된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호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번 문 전 대통령의 ‘윤석열 정권 공격’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를 자제해왔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정치에 대해 코멘트를 할 경우 그 자체로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가급적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 돼 왔습니다.


특히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대통령이 교체되었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은 더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멀리 했습니다. 자칫 진영 간 무한정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 전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소신 있는 쓴소리를 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전직 대통령이 보수정권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사실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 말 한 마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 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으로부터 비교를 당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인 데다 야당의 공격 빌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이명박 정권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국가기록물 관리 등을 두고 이 전 대통령측과 감정싸움에 가까운 갈등을 빚은 바 있습니다. 결국 그런 양측간의 긴장 관계가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고 극단적 선택의 비극으로 끝이 났었습니다. 이런 불행한 과거 전례 때문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교체 된 후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관계는 상당히 미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문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 의한 작심 발언이 아니라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도적인 정치 공세를 가할 개연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시국 시점이 미묘합니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까지 낮아지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5년간 나와 국민이 함께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허망한 생각이 든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권의 1년 평가이기도 한데, 그 핵심은 ‘총체적인 실패’라는 것입니다. 문 전 대통령이 다큐멘터리가 윤석열 정권 1년을 즈음해 공개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강경 발언은 윤 대통령을 향해 작심하고 공개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2017년 5월 25일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포스터.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1년 실정을 ‘인내하며’ 지켜보다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개 발언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한미일 관계와 한일,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도.감청 의혹 등과 얽힌 외교안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국내 정치도 야당 대표와 1년 넘게 만나지도 않고 불통 독주를 하는 등 윤석열 ‘아마추어’ 정권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한 제동과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이 악화하고 있는 민심을 대변해 윤석열 대통령에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권의 추락에 수수방관 하면 안 된다.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주말마다 윤석열 정권에 항의하는 집회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민심도 악화되고 있어 문 전 대통령이 ‘전직’으로서 책임 있는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진보진영 압박이 문 전 대통령에게 강경 발언 명분을 주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권 공격의 깃발을 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결집과 세력화도 이끌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 정권의 수사 칼날을 견제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판 발언이 알려진 날, 검찰이 70억원대 타이이스타젯 배임 혐의로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와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재판에 넘긴 뒤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채용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이나 의심 정황이 나오면 문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악한 평가’가 상당히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윤석열 정권의 1년을 ‘실패’로 규정해 정쟁을 유발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이룬 ‘성취’가 컸으면 정권을 왜 ‘교체 당했느냐”라는 반문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지지율이 45%를 기록,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로 퇴임한 대통령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지지율 관리에만 목을 맸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그마저도 관리를 못해 지지율 30%에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왜 전직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공개적인 쓴 소리를 날렸는지, 그 발화의 지점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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