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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Apr 25. 2023

금태섭 김종인의 ‘제3지대 신당’ 성공할까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4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 제3지대 신당 창당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제3지대 신당을 처음 공식화한 정치인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입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이 대통령을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밑밥을 깔아주었습니다. 


금 전 의원은 ‘수도권 중심 30석’을 현실적 목표로 잡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금태섭-김종인 신당’은 근래 들어 제3당 창당으로 가장 대박을 터뜨린 ‘안철수 국민의당’(2016년 20대 총선 38석) 성공모델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제3지대 신당이 출범할 정치적 지형은 어느 정도 숙성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정권 출범 1년 만에 30%에 턱걸이를 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만성적인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최근에는 ‘돈 봉투’ 사건 등으로 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못하는지, 누가 더 국민을 더 실망시키는지’ 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최근 집권여당과 169석 거대야당은 정치세력의 존재이유 자체를 의심케 합니다. 이를 ‘양대 정당이 암묵적으로 이루어나가는 기묘한 악의 균형이다’(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국가운영의 추축인 양대 정당에 대한 분노는 지난 2022년 대선 이후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같았는데 무당층 비율도 이와 비슷한 31%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18∼29세 MZ 세대의 무당층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찍을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절반을 넘는 54%에 달했습니다. 거대 양당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15%포인트 이상 높고 전체 무당층 비율(31%)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 20~30대에서 여야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무당층의 증가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갤럽조사를 보면 20대에선 27%에서 57%로 두 배 이상이나 늘었고 30대도 24%에서 35%로 증가했습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모습. 김 전 위원장 옆으로 민주당 이상민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이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보면 국민들이 기존 양대 정당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이는 제3세력 출현에 대한 민심의 수용 조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양대 정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라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곧 제3지대 신당의 성공으로 이뤄지기는 힘듭니다. 한국 정치의 고정 방정식이 된 ‘인물 구도 바람’의 3요소에 ‘금태섭-김종인 신당’을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먼저 인물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쏘아올린 제3지대 신당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인물입니다. 한국 정당사에서 제3당이 크게 성공한 경우는 2번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20대 총선) 안철수 국민의당과 1996년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모델입니다. 


2016년 안철수 국민의당 신당이 대박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때만 해도 ‘안철수’라는 대권의 희망봉이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은 2016년 1월 안철수계와 호남계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을 탈당해 창당했습니다. 이어 그해 4월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하며 원내 3당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좀 오래전이긴 하지만 1996년 15대 총선 땐 자민련이 제3당으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때도 김종필이라는 출중한 대권주자의 ‘미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자민련은 지역구에서 충청 전체 28석 중 24석과 대구경북(TK) 10석, 경기 5석, 강원 2석 등 41석과 비례대표 격인 전국구에서도 9석을 차지해 총 50석으로 원내 3당에 오르는 초대박을 기록했습니다. 


앞서의 두 성공모델은 안철수(호남) 김종필(충청)이라는 ‘대통령 감’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두 정당 모두 호남과 충청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이 있었습니다. 인물과 구도(지역)가 절묘하게 결합된 케이스입니다. 여기에 바람도 거세게 불었습니다. 안철수는 호남에서 반문(반 문재인)의 바람을 거세게 탔고 김종필은 충청에서 ‘차기 대권’의 바람과 열망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 2개의 성공모델을 ‘금태섭-김종인 신당’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을 아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권주자로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 온 스토리나 정치적 서사를 떠올려 보면 문득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금태섭은 민주당 비주류로, 김종인은 비상대책위원장 ‘단골 섭외자’ 정도로 아는 게 고작입니다. 


일단 금태섭-김종인으로 ‘안철수-김종필’ 모델의 인물 요소를 대입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1967년생으로 여의도고 서울법대 졸업 후 검사와 민변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강서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그 후 당내에서 비주류로 활동하다 탈당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한 번도 어렵다는 비례대표를 무려 5번(11 12 14 17 20대)이나 역임한 관록의 정치인이지만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1995년 3월 30일 한국 정치사 최초의 제3지대 신당 자유민주연합의 창당대회에서 김종필 총재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 총재 뒤로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금태섭-김종인 신당’이라고 계속 병기를 하는 이유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록 ‘나는 현실정치를 떠났다’라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지만 그가 ‘인물’의 대체재로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금태섭 김종인 두 신당 주체가 외부에서 거물급 대권주자를 영입해오지 않는 이상 신당의 경쟁력과 확장성은 요원해 보입니다. 제3지대 창당 때마다 언급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참여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금태섭-김종인 조합의 파괴력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입니다. 


금 전 의원은 제3지대 신당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정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인물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인물 중심이 아니라 가치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이 말하는 ‘가치’의 개념이 상당히 모호합니다. 여론조사에 따라 신당의 ‘가치’도 조변석개 할 수도 있습니다. 


금 전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끌어 모으려는 인물과 그들 ‘조합’이 추구하려는 정체성도 애매모호합니다. 일단 민주당의 비주류인 이상민 의원이나 국민의힘 이준석 계파 정도가 지금으로선 유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주류 권력에 대한 기계적 비판을 ‘개혁’이라고 포장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정체성이나 가치가 신당의 구체적 대안이 대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금 전 의원이나 김 전 위원장이 중대선거구제와 내각제를 추진체로 제3지대 신당의 확장성을 도모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권력쟁취를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법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금태섭 김종인의 제3지대 신당은 인물 구도 바람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데없는 제3지대 신당 창당 ‘뜬금포’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국 정치가 ‘새로운 당’이 없어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일까요. 


4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토론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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