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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Jun 09. 2023

정청래, 행안위원장 ‘집착’ 왜?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6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장 인선을 두고 내홍에 빠진 가운데 상임위원장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정청래 의원이 행정안전위원장직을 맡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당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특히 3선에다 최고위원직까지 맡고 있는 책임 있는 인사가 상임위원장 직에 너무 욕심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정 의원의 상임위원장 논란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쇄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이 더욱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당으로 비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 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 장관 출신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기득권 유지로 보일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이번 논란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 체제 하에서 당의 쇄신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되면서 아래에서부터 ‘중진들의 기득권 내려놓기’ 요구가 이어졌고 이번 상임위원장 선출을 계기로 그것을 실천하자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 지도부도 혁신위원장 사태 등을 거치며 민주당이 ‘기득권 웰빙 정당’으로 비쳐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기존 선출기준 ‘관행’을 깨고 백지상태에서 상임위원장 인선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상임위원장에 내정된 환경부 장관 출신 한정애 의원과 직전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는 ‘자기희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중진급의 책임 있는 의원 한 명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애써 닦아놓았던 쇄신의 모양새도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이 행안위원장 자리를 두고 ‘당연히 내가 맡아야 한다’며 버티면서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정 의원도 한정애 박홍근 의원처럼 장관이나 당 지도부 경력이 있기 때문에 쇄신 차원에서 상임위원장 직을 맡지 않는 게 순리에 맞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나는 예외적인 케이스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여야는 국회 하반기 원 구성 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갈등을 벌이다가 ‘행안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방위원장) 자리를 1년씩 한 뒤 서로 바꾼다’는 데 가까스로 합의하면서 타협점을 찾은 바 있다. 이 합의대로라면 1년 동안 과방위원장을 맡았던 정청래 의원이 당연히 행안위원장 자리와 맞교대를 해야 한다.


정 의원의 명분은 여야 합의가 민주당 내부의 ‘합의 사항’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자체 합의’로 당 지도부 인사를 상임위원장에 앉히지 않겠다는 것보다 ‘상임위원장 맞교대’라는 여야 합의사항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과방위원장 1년만 하고 ‘억지로’ 물러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찜’ 하기 위해 엉뚱한 지난해 여야 원구성 합의를 들고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중진들의 ‘특혜’ 시비를 줄이기 위해 당 지도부는 상임위원장직을 겸임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특히 이번 상임위원장 인선에서는 당의 쇄신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참신한 중진’에 대한 상임위원장 지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본인이 위원장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사임의 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원구성의 전권을 쥐고 있는 만큼 그의 ‘교통정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고위원 1위인 정청래 의원이 당 지도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8일 인터뷰에서 “원구성에 관련한 권한이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정 의원이 조금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의 판단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정청래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정 의원이 이렇게 버티기에 들어가자 당 일각에서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의심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이 상임위원장에 집착하는 것은 개인적 ‘욕심’도 있지만 ‘이재명 지키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의원은 자신에 대한 ‘공격’을 이재명 체제 흔들기의 일환으로 보고 ‘개딸’ 등의 강성지지층을 동원해 상임위원장 사수 작전에 들어갔다.


‘정청래 의원의 행안위원장 내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당 청원이 올라오자, 정 의원은 이를 SNS에 공유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독려하고 있다. 이 청원이 당의 응답 기준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자 정 의원은 ‘12일 의총 결정 때 해볼 만한 싸움’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 의원의 이런 ‘외곽 때리기’에 대해 당내에서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의 쇄신에 가장 책임이 있는 최고위원 1위 정청래 의원이 자신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 이재명 대표까지 팔고 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정 의원이 ‘상임위원장직을 사수하는 것이 곧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길’이라는 논리로 지지층의 강경대응을 유도하며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쇄신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에게도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에 대해 “저게(정 의원의 행안위원장직 고수) 민주당을 늪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걸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포기’ 설득을 받고 있지만 12일 의총에서 의원들의 판단을 들어보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이래경 다른미래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인선 논란으로 계파 간 갈등이 터진 상황에서 정청래 상임위원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기득권 정당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상임위원장 인선의 결정권은 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정청래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하게 되면 또 다시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 자리를 ‘친명계’ 인사에게 주려다 ‘선사후당’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그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정청래 의원마저 상임위원장직으로 사심을 채우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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