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횡보 내지는 하락의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지지율 긍정 평가는 35% 중·후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고 부정 평가는 55~60%대로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의 정치이슈 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만을 놓고 볼 때 국정운영 지지율 긍정 평가 항목 중에서 외교가 으뜸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2주 전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정 평가 항목 중에서도 외교가 가장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논란 등을 거치며 ‘내치’보다 한미 정상회담 등 ‘외치’에 좀 더 주안점을 두게 되면서 긍정과 부정 평가 모두 외교가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 분야에 대한 부정 평가 항목 중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3번째로 높게 나옵니다. 특히 2주 전 조사에 비해 그 비중이 8%포인트 더 오른 점이 눈에 띕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항목 중 긍정이나 부정 모두 외교가 1순위를 차지했는데 그 등락의 중심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관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장 인선 혼선과 싱하이밍 중국 대사 ‘망언’ 논란 등으로 악재가 겹쳤음에도 그 반사이익이 윤 대통령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역작용을 한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여야의 지지율은 한 쪽이 죽을 쑤면 반대편이 그 ‘알곡’을 주워 먹는 주고받기 패턴을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추이에서는 야당의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준 것입니다. 야당도 문제가 많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실정’이 야당의 허물을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입니다.
최근 2주간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산경남과 강원제주 등지에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생활 이슈에 민감한 2030과 여성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생활 민생 이슈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으로 더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만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심각한 정치 이슈로 등장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이명박 정권의 ‘미국산 소고기 촛불 정국’과 평행이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물’과 ‘소고기’는 대표적인 먹거리 생활 이슈입니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주말 장외 집회를 열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폐수’(이재명 민주당 대표)로까지 표현하며 ‘윤석열 정권 집중 때리기’를 하는 것도 이 문제가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국의 핵폭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와도 직결됩니다.
물론 야권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휘발성이 강한 정치 이슈로 삼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과 부정적 인식도 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 때 터져 나온 ‘뇌 송송’ 등의 괴담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국민들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논란으로 어느 정도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이명박 정권 때의 촛불 정국처럼 일순간에 정치 쟁점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공세를 ‘미국산 소고기 괴담 2’ 정도로 인식하고 불통과 독단으로 대응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 시운전에 이미 돌입했고 7월에 본격 방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바다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부 마트와 이커머스에서는 소금, 미역, 다시마 등의 바다 먹거리에 대한 사재기 대란이 이미 발생하고 있고, 식품업체들은 오염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성 검증에 나서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염수 방류로 국산 소금 생산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암염이나 호수염을 대체재로 사용하거나 아예 아시아권이 아닌 유럽권 수산물을 수입해 원재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횟집이나 초밥집 수산물을 취급하는 자영업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파로 국민들이 막연하게 수산물을 꺼려 심리적 방어기제가 강하게 작동하게 되면 시장 자체가 와해할 수도 있다”며 상당히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미 매출 급감으로 일부 횟집 자영업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서민 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자칫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그것의 ‘나비효과’로 국민들의 식생활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정국 인식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제공과 국민 소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가짜뉴스나 괴담 두드려 잡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기현 대표는 6월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뇌피셜’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만큼 터무니없는 괴담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가 직면한 도덕성 추락, 도덕성 상실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상황에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광우병 괴담으로 축산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본 데 이어 이번에 또 이런(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으로 어민과 수산업자들이 또 피해를 보기 바로 직전”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수산업자들의 피해가 민주당과 괴담 때문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이 난국을 돌파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당과 대통령실이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여론 두드려잡기’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근원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규정, 국민 소통이나 야당과의 협치보다 반드시 뚫고 나가야 할 장애물로만 인식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소고기 촛불 정국 이상의 국민적 저항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투명하고 구체적인 정보나 그 위험성에 대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접근법이 아니라 야당의 비판을 정치 공세로만 치환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의 본질을 흐리고 사태를 호도하면서 논란을 덮으려고만 합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직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소통을 해나가야 합니다. 대입 수능 출제의 난이도마저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두는 대통령이 정작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 문제에 대해서는 골치가 아프니까 모른 척하는 태도는 비겁하고 무책임합니다.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의 바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그 신뢰도를 직접 ‘인증’해야 합니다. 국민들을 괴담에나 놀아나는 ‘우매한 대중’으로만 몰아가는 강압적인 지배 논리는 ‘후쿠시마 촛불 정국’을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