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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애 Apr 14. 2016

여행하며 놀며 배우며

지구별에서 놀기

  자이살메르에서 맞이한 첫 아침,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이 도시는 어떤 냄새가 나나 킁킁거려본다. 여기는 원숭이가 별로 없고 소가 참 많구나. 무리 지어 다니는 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숙소에서 자이살메르 성까지 찬찬히 걸어가면서 도시의 색깔을 들여다본다.


  여행이 주는 발걸음의 속도가 좋다. 마음 마냥 가벼운 발걸음은 시선이 가는 데로 살포시 따라간다. 자이살메르 성을 한 바퀴 걷고 나오니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린다. 악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라서 또 짐을 늘리고 만다. 150루피에 구입한 피리를 손에 들고 성을 나선다.

 악기를 손에 쥐고 신이 나서는 성 앞 시장을 경쾌하게 돌아다닌다. 싱싱한 채소들, 형형색색의 직물들, 소들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니 이번엔 하벨리 앞에 현악기를 드신 분이 계시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악기에 관심을 가진다. 뮤지션이라는 이 분은 자기는 피리도 만든다며 내게 피리 부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신다.


 즉석에서 이루어진 개인 레슨. 30초 만에 내 음악 구루가 된 그가 인도 현악기로 도레미파솔 음정을 잡아주면 피리로 그에 맞는 소리를 찾아낸다. 음정이 깨이는 새로운 경험. 하벨리 앞 계단에 앉아 도레미파솔 음정을 익히고는 내일 오후 1시에 여기에서 만나자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여행지에서의 약속은 특별한 설렘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어딘가 매일 갈 곳이 있다는 것, 누군가 나를 기다린 다는 것이 좋아 일주일 이상 한 곳에 머물게 되면 어김없이 배울 거리를 찾곤 한다. 오후 1시에 찾아간 구루에게서 오늘은 인도 노래를 배웠다.

도레파레 도레파레 솔라솔 솔라솔 솔라솔

 

 구루에게 배운 보상으로 준비해 간 100루피를 드리니 옆에서 은팔찌와 발찌를 팔던 부인이 선물이라며 내 발목에 발찌를 하나 채워 주신다. 예쁘다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하나를 더 채워주시네. 이건 100루피라고 하신다.

  

  "저 지금 돈이 없는데요."

  "노 프라블럼. 다음에 또 지나갈 때 줘."


  100루피를 레슨비로 드리고 100루피를 외상하고 온 어리둥절한 상황이지만 마음이 왠지 부자가 됐다. 발찌가 예뻐서도 아니고 날씨가 좋아서도 아닌데.


  그렇게 며칠을 매일 같은 장소에서 피리를 배웠다. 자이살메르를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나한테 'easy learn'이라며 칭찬해 주던 뮤지션 수르야밤. 우리는 하벨리 앞 계단에 앉아 작은 합주를 했다. 수르야밤은 나한테 'You're my friend'니까 CD의 3번 트랙을 들으면서 연습해 보란다. CD는 200루피란다. 그렇게 수르야밤의 사인 CD를 받고 인사를 나눴다.


  또 구렁이 담 넘어가듯 200루피를 주고 CD를 산 꼴이 됐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다음에 자이살메르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 곡을 마스터해서 연주하면 참 멋지리라. 그때에는 겁먹고 못 갔던, 선셋이 멋지다던 그의 집에도 놀러 가서 피리에 구멍도 뚫고 그가 만든 더 큰 피리들도 구경하고 짜이도 한 잔 얻어 마셔야겠다.


자이살메르에서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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