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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애 Mar 08. 2016

알다가도 모를 인도 사람들 1

그래서 더 매력적인 나라, 인도

갓 싼 신선한 소똥들이 아침이 밝았음을 알려주는 우다이푸르 동네.

홀리카우 마냥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걷다 보면 인도의 상인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번에는 인도 그림들이 있는 집 앞이다.


-인도의 세 가지 상징이 무엇인지 알아요?

-뭔데요?


관심을 보이자 그림을 가져와 바로 설명 들어가신다.

-인도의 세 가지 상징은 코끼리, 말, 낙타예요. 가네쉬(코끼리)는 행운의 상징, 말은 힘의 상징, 낙타는 사랑의 상징이죠. 낙타가 왜 사랑의 상징인지 알아요? 낙타는 냄새가 심해서 낙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할 수 있어서에요. 하하하.


제법 그럴싸하다. 이 사람은 내가 코끼리, 말, 낙타가 한꺼번에 그려진 이 그림을 살 때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안 그래도 우다이푸르에서 세밀화를 배워보고 싶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싶어 이걸 그려보는 클래스는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150루피란다. 자기는 그림을 파는 사람이고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은 지금 잠깐 밖에 나갔단다. 내일 오면 만나볼 수 있을 거란다.


-오케이. 저 내일 올게요.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더니 어제 봤던 사람은 없고 화가이신 듯한 인도 사람과 한창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서양 젊은이가 있다. 밖으로 난 창가에 앉아 자기 그림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외국인을 보니 뭔가 더 열의가 생긴다. 4시간째 가네샤를 그리고 있던 젊은이는 잘 생긴데다 오후 한 시의 햇살까지 받아 빛이 난다.


-나마스떼! 저 오늘 이 시간에 오기로 한 홍이에요.

-나마쓰데! 반가워요. 어떤 것을 그리고 싶은지 정해봐요. 비용은 시간당 250루피에요.

-엥? 어제는 150루피라고 했는데요.

-그건 파는 가격이고 직접 그리는 건 시간당 250루피에요.


이게 뭐야 싶었지만 이미 내 마음은 그림을 그리러 오느라 신이 나 있는 상태였고 제일 뜨거운 시간을 골라 실내에서 놀고 싶었던지라 지금 이 사람의 상술에 순순히 고개를 숙이려던 찰나, 마침 어제 나한테 그림을 파려고 했던 그 남자가 도착했다. 둘이 이야기를 하더니 2시간에 400루피를 제안한다. 뭔가 찝찝하긴 했지만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아 잠자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인도에 왔으니 인도의 상징이라는 세 가지를 그림으로 그려 봐야지 하고 선택한 가네샤, 말, 낙타.

화가 선생님이 옆에서 그리는 것을 시범 보여주시면 보고 따라 그리는 식이다.

스케치를 다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색칠하고 있는데 짜이 왈라가 화실 앞을 지나간다.

화가 아저씨는 짜이 왈라와 친한 사이인지 이야기를 나누더만 나에게 짜이도 한 잔 사 준다.


그래도 정은 있네.

단야밧.


한창 색칠하고 있는데 외국인 여자 세 명이 화실로 들어온다. 여기에서 헤나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화가 아저씨는 금세 헤나 포트폴리오를 펼쳐 열심히 설명을 하신다. 한 명만 하고 싶어서 온 거였는데 이거 발에 하면 진짜 예쁘겠다며 화가 아저씨를 거들어 주었더니 세 명이 다 하겠단다.


결국 내 그림은 3시간이 걸려서 완성됐다. 그림을 신문지에 싸 주면서 헤나는 안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했더니 이번에 다른 그림들을 더 파려고 한다. 그리고 1시간을 더 했으니 100루피를 더 내란다.


허허... 내가 오스트레일리아 언니들 설득해 주었더니만 돌아오는 것은 추가 금액 징수라니.


짜이 사 준 정을 기억해야 할지

어제는 150루피라더니 결국엔 500루피를 받은 상술을 기억해야 할지

아리송한 인도 사람들.


어이 없어서 더 매력적인 인도 사람들

조여 있던 영혼도 느슨하게 만드는 그 묘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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