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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애 Mar 09. 2016

알다가도 모를 인도 사람들 2

머물수록 정이 가는 나라

아직 태양의 기운이 후끈한 오후의 끝자락

혼자 싸목싸목 걸어 보고 싶어 카페 나마스떼를 나와 강가르 가트(Ghat)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리막길을 걸어오면서 보이는 풍광만으로도 마음을 잔잔하게 하는 강가르 가트.

계단에 앉으려는 차에 인도 여자 아이가 말을 건다.


-우리 엄마가 만든 조각상들 볼래? 내가 만든 것도 있어.


못 이기고 아이를 따라가 보니 조그만 좌판 위에 여러 가지 조각들이 있다. 요 며칠 돌아다니면서 많이 보았던 행운의 상징인 가네쉬 상과 사랑의 상징인 크리쉬나 상 등이다.


-이건 내가 만든 거북이야.

-정말 멋지다. 그런데 나 지금 가방이 꽉 차서 넣을 자리가 없어. 미안해.


그래도 계속 사라고 조르는 여자 아이. 그걸 또 얼마냐고 물어보는 나.

-100루피야. 언니가 사면 70루피에 줄게.


이렇게 열심히 판매하는데... 거기다 이 여자 아이가 조그만 손으로 조각한 건데...

이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하나 사 주자 싶어 결국 사겠다고 하고

잔돈을 보니 65루피 밖에 없다. 아, 이런.


65루피 밖에 없다고 하자 그거면 됐단다.

65루피. 한국 돈으로 단돈 천 원. 이걸로 나 이 어린 애랑 흥정한 거니.

뭐 한 거니.


거북이 조각을 사고 계단에 앉으니 강가에서 성의를 다해 발을 씻고 또 씻으시던 그 여자 아이 엄마가

어디에서 왔냐고, 우다이푸르는 처음이냐고 물어온다.

동네 아주머니처럼 친근하게 물어와 주시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짜이 한 잔 하라며 짜이까지 대접해 주신다.

근처에서 빨래를 널던 아들도 다가와 한쪽 구석에 앉는다.


카페에서 파는 50루피, 60루피짜리 짜이보다 이들이 주는 짜이가 훨씬 맛있다.

진한 사람 냄새가, 따뜻한 영혼이 묻어 깊은 맛이 난다.


아버지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진분홍 사리를 입은 이 여인네와 아들과 딸은 단단해 보였다.

야무진 딸과 든든한 아들, 그들의 엄마가 함께 가트에 앉아 있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햇살이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지만

선글라스를 써도 눈이 뜨겁게 부셨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소소한 시간이 좋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해 질 녘 우다이푸르 강가르 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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