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에게
나이의 숫자만큼 어리고
보기보다 연약했던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
딴에는 강하답시고 남에게 도움도 구하지 않았던 그때의 나에게.
중학교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누군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물어봐 온 것이.
넌 왜 너 힘든 걸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않아?
네가 아무런 말도 안 해서 전혀 몰랐잖아.
친구는 추궁하듯 나에게 물었다.
내가 힘든 걸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상황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열다섯의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난 어쩌면 투정 부리는 법을 못 배웠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투정 부릴 기회가 없었는지도.
지금은 돈 주고 배우려고 해도 못 배우는 것.
누군가에게 내 아픔을 이야기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조금 다른 색깔들의 아픔을 봤다.
드라마들은 대단한 재벌이라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고
책들은 누구나 다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삶임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다 이럴까.
천 명의 사람이면 천 개의 아픔이 있는 걸까.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아픔을 발견할 때면
연민과 함께 묘한 위로도 발로하고는 했다.
그때는 뭐가 그리 당연해야 했을까
당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마음 아팠던 그때
이해할 수 없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들.
도망치기는 또 싫어 단단해질 수밖에 없던
그때의 짠한 마음들.
사실,
당연해야 할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에서 설계된 나만의 기준일 뿐인지도.
결국 그렇게 나를 아프게 해 왔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