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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애 Mar 07. 2016

포용 범위에 대한 믿음

나도 내가 싫을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세상 가장 따뜻한 미소

나는 당신이 잘 해낼 거란 걸 알아, 라는 나의 지지

그리고 설사 잘 못한 대도 괜찮아, 라는 안정감

이 순간 당신만을 바라보는 우주의 눈빛


진부하지만

가진 것 없는 내가 줄 수 있는 거라곤 마음에서 나오는 것뿐이었으니.

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 사랑을 표현하기로 했다.


나에게 메리트라는 게 있다면 기억력이 엄청나게 저조한 것인데

그래서 매일 보는 그인데도 내 눈에는 날로 새롭다.


하지만 여자라는 생명체가 호르몬의 영향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주기를 타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은 괴상한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게 정말 나인지 싶을 정도로 바닥까지 치게 만드는 우울함과 온갖 진상의 소용돌이는

내 가장 가까운 사람을 싣고 태풍의 쓴 맛을 보게 한다.

내가 사랑하는 그를 태풍의 눈에 두었으면 좋으련만

평생을 사랑해 온 나 자신조차도 아직 그 날의 태풍에는 별 수가 없다.


별 말이 아닌 것에 나 혼자 온갖 의미를 부여해서는 토라지고

기분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쁘고

세상 가장 따뜻한 미소는커녕 시리도록 날카로운 말이 안 나가면 다행이다.


이 주기가 지나고 나면 그때의 행동들이 한없이 창피해진다.

내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자력으로 안 되는 것은 인정하고 깨끗하게 포기해야 마음이 편하다.

지나간 길에 끙끙되고 자책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더라. 내가 바보 되는 시간만 길어질 뿐.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없을 때

나조차 내가 싫어질 때

이제 나는 상대방에 기대기로 했다.

그의 포용 범위를 믿기로.


나도 나를 믿을 수 없을 때에는

당신 사랑의 용량을 믿기로.


의외로 우리 앞의 상대방은

우리에 대해 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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