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경애 Mar 05. 2016

내려놓아도 괜찮아

조금 더 홀가분해 지자

나 며칠 전에 인도에서 기차 놓치고 미아될  뻔했어.

기차가 멈추길래 정차하는 줄 알고 짜이 한 잔 사 마시러 기차에서 내렸어.

근데 뭐야, 기차가 가버리는 거 있지.

깜짝 놀라서 속도를 내 가는 기차 제일 가까운 칸으로 달려 올라탔어.

헉헉 거리면서 기차 안 놓쳐서  천만다행이다 하고 내 자리 있는 칸으로 가려고 하는데

이건 또 뭐야.

기차가 칸이 막혀 있는 거야.

순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어.

10시간 넘게 이동하는 구간이라 좀 편하게 가 보자고 2AC를 끊었는데

이렇게 SL(sleeper  class) 칸이랑  막혀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기차가 멈출 때까지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거라곤

창 밖을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어.

다음 정차역까지 40여분 간

유리창도 없는 기차 칸 사이에서 세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맨눈으로 지나가는 장면들을 바라봤어.



어쩌면,

그 일들은 다 필요해서

일어난 걸 지도 몰라.


시원한 바람이,

어이없음이,

서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어차피 내가 바꾸지 못할 상황이라면

내려놓는 것도 괜찮아.

우리 이제 좀 홀가분해져도 되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