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홀가분해 지자
나 며칠 전에 인도에서 기차 놓치고 미아될 뻔했어.
기차가 멈추길래 정차하는 줄 알고 짜이 한 잔 사 마시러 기차에서 내렸어.
근데 뭐야, 기차가 가버리는 거 있지.
깜짝 놀라서 속도를 내 가는 기차 제일 가까운 칸으로 달려 올라탔어.
헉헉 거리면서 기차 안 놓쳐서 천만다행이다 하고 내 자리 있는 칸으로 가려고 하는데
이건 또 뭐야.
기차가 칸이 막혀 있는 거야.
순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어.
10시간 넘게 이동하는 구간이라 좀 편하게 가 보자고 2AC를 끊었는데
이렇게 SL(sleeper class) 칸이랑 막혀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기차가 멈출 때까지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거라곤
창 밖을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어.
다음 정차역까지 40여분 간
유리창도 없는 기차 칸 사이에서 세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맨눈으로 지나가는 장면들을 바라봤어.
어쩌면,
그 일들은 다 필요해서
일어난 걸 지도 몰라.
시원한 바람이,
어이없음이,
서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어차피 내가 바꾸지 못할 상황이라면
내려놓는 것도 괜찮아.
우리 이제 좀 홀가분해져도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