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甚深) 풀이

모닝페이지는 심심해지는 일입니다.

by 편J


오늘의 욕구는 자각, 깨달음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자각하고 깨닫고 싶을까요? '두통은 왜 계속되는 거지?, 눈은 어째서 뻑뻑하고 불편한 거지?,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걸 보니 몸에 염증이 생겼다는 신호인가? 이런 걸 알고 싶은 건가? 아니면 여러 증상들이 있음에도 약국에서 대충 약을 사 먹는 내가 문제라는 걸 깨닫고 싶은 건가?...' 자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는 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닝페이지를 펼치고 앉아서 펜을 잡으니 두통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의 문제였을까요? 정신무장. 그걸 잊고 있었던 탓이었나? 무엇이든 하려고 애를 써야 하게 되고, 스스로가 하고 있다는 걸 감지해야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부드럽게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크게 얻으려는 욕심 때문에 스스로가 만들어 낸 증상이었나 봅니다. 눈을 번쩍 뜨고 목을 좌우로 돌리고 팔다리를 흔들어 깨우고 나니 생기가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마음의 게으름을 몸에게 핑계 댄 것이 모든 질문을 막았던 거였더라고요


역시 고민이 깊었습니다. 오늘은 브런치 연재하는 날인데 뭘 써야 하지? 미리 계획해 놓은 제목은 '심심하다'였습니다. 도대체 심심하다에서 어떤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요? 아마도 재미없고 신나지 않는 무덤덤함 대신 마음에서 깊은 발견을 이룰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모닝페이지를 써라.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거예요. 심심하다에서 심심(甚深)을 연결해 보려던 의도였을 겁니다. 오늘 마음을 담고 있는 몸의 자각이 마음을 달리 느끼게 한다는 깨달음. 오늘의 욕구가 내게 심심을 풀이해 주었네요.


책,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서 구본형 선생님은 '심심함이 없으면 창조도 없다'라고 합니다. 덧붙여 '불행하다고 인식한 사람들만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심심한 사람들만이 심심함을 벗어날 수 있다'라고 하죠


국어사전에서 '심심하다'는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두 가지 뜻이 있었습니다. '하는 일이 없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다른 하나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고 합니다

甚深하다. 그러니까 모닝페이지는 심심해지는 일입니다. 멈춰있던 감각을 깨우고 마음을 간절히 움직이는 일이죠.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니 두통은 개운해졌습니다. 원하는 일, 바로 욕구 자체가 현재의 행동을 불러오는 이치를 알겠습니다. "자각. 내가 바라는 말을 들었다면 내게 말해줘. 네가 뭘 들었는지."내 안의 내가 대답해 주었습니다.

"네가 몸을 일으켜서 뭔가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어. 아주 깊이 오늘을 살기를 바란다는 거잖아."


소고기를 다지고 버섯, 양파, 양배추, 토마토를 넣고 볶다가 토마토퓌레를 넣고 수프를 끓였습니다. 뭘 만들었냐고 아이가 묻네요. "맛있는 수프". 아이는 궁금한지 나와서 냄비 뚜껑을 열어보았습니다. "어! 진짜 맛있는 수프네" 마녀수프인지, 굴라쉬인지, 라구인지, 여하튼 지금의 음식은 맛있는 스프라는 거. 음식을 본 아이가 그렇다고 동의해 주었습니다.


잘 챙겨 먹고 청소를 하고 미리 세탁기에 넣어놓은 빨랫감을 돌리고 매일 하는 영어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쓸 겁니다. 오후에는 운동도 갈 거예요.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운동하고 웃을 것이고 성취해 낸 시간의 끝에는 친구들과 기쁜 인사를 나눌 겁니다. 감사를 모아 하루를 정리하고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도 챙겨봐야겠네요.

이렇게 내 몸이 하루를 살아낼 것입니다. 심심함에서 심심(甚深)에 도달하는 일. 모닝페이지가 내게 알려주는 자각이자 깨달음입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해냈다는 생각의 전환. 오늘, 모닝페이지를 해냈습니다



** 모닝페너자이저와 함께 모닝페이지 하기

1. 준비물 - 노트와 펜

2. 매일 아침 3쪽, 무엇이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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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