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가 어떤 변화를 줬는지 묻는다면?

'작은 의식은 영혼에 좋다'

by 편J


뭘 해야 할지 몰라 집안을 배회할 때가 있다

미묘하게 마음이 소란해서 뾰족해질 때가 있다

타인의 말을 곱씹느라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밀어주세요' '당겨주세요' 같은 문 앞에서도 밀당하느라 멍해질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선택을 미루고 결과를 탓하느라

두통을 앓는 때가 있다

...

이런 때 문득 모닝페이지를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2024년 1월부터 시작한 모닝페이지는 내게 변화였습니다. 그 변화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는 아니었습니다. 동이 트는 사이에 풀잎에 내린 이슬 같았습니다. 해가 나면 사라지지만 풀잎 색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그랬습니다.


모닝페이지가 어떤 변화를 줬는지 묻는다면 '입체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네요. 그동안 썼던 페이지들을 열어보았습니다. 평면에 썼던 글씨들이 물기를 머금고 진해지고 있었습니다. 페이지마다 글자에 몽글몽글 붙어있는 시간들, 올록볼록 부피를 키우고 글자와 글자 사이에 보송보송 솜털이 피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 자신이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느낌입니다.


처음 모닝페이지에 등장한 내 모습은 끓는 물 같았죠. 누군가를 불러내 상처를 입히고야 말겠다고 작정한 듯했습니다. 결국 그 누군가는 용서하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짓궂고 장난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며 즐기고 있습니다. 그저 멍하게 마주 보는 내가 아니라 나를 보고 웃는 또 다른 나지요. 수다쟁이가 거기 있습니다. 무작정 시끄럽고 말이 많다는 것과 다르게 감정의 리듬이 완만하게 흐르는 사람. 수다쟁이는 고요와 수다를 함께 품을 수 있는 입체였습니다.


'입체는 율동이며 유연하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인 수다쟁이와 관계 맺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마음을 기울여 들어주고 돌보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기억에서 감정을 재구성하고 지금, 여기를 선택할 힘을 발견하는 진행형입니다.


자세히 다정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냄새 맡고 듣고 음미하고 쓰다듬는 일. 모닝페이지는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거든요. 이제 입체의 감각은 자신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기를 고대합니다. 모닝페이지를 계속 써야 할 이유지요. 모닝페너자이저가 된 까닭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고안해 낸 작은 의식은 영혼에 좋다.... 모든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기법은 정신적 성장을 강화한다.
-아티스트 웨이 p318


** 모닝페너자이저와 함께 모닝페이지 하기

1. 준비물 - 노트와 펜

2. 매일 아침 3쪽, 무엇이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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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