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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릴 kiril Jan 05. 2022

재낳괴(재택근무가 낳은 괴물)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 생산성이 정말 낮아질까? 

재택이 너무나도 자유로운 회사에 다니고있다.


자유로워봤자 얼마나 자유롭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자유로운 재택'을 제공해준다고 답변 해주고싶다.


코로나 시기에 이직을 한 덕분인지 일년이됐지만 사무실엔 20번도 가지 않은듯하다. 사실 이중에 10번은 팀원들과 모임(?)을 하러 출근을 했다. 꼭 사무실에 가야하는 특별한 일이 있거나, 팀원들간의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간헐적 모임을 하는 날이 아니라면 사무실에 거의 가지 않은것이다. 심지어 자차 출근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날엔 사무실 앞에 내려주는 버스가 몇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매번 네이버 지도를 검색한다. 


주저리주저리 했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나는 재낳괴(재택근무가 낳은 괴물)가 되었다. 이젠 자율 재택을 지원하지 않는 회사로의 이직은 쉽지 않을 것 같은 확정적인 느낌이 든다. 




얼마 전, 모 스타트업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 관련한 주제가 나왔다. 역시 사측과의 대화는 어디에서나 어려웠던지, 이 주제로 긴 이야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당시에 나온 주제가 

코로나 시대의 직장인들에게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는 점, 

아직도 자율 재택근무라는 코로나 시대의 필수 근무제도를 적용하지 않고있는 회사에 다니는 수많은 잔다르크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재택근무하면 업무생산성 떨어지고 침대에 누워서 네이버웹툰 보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측들이 존재한다는 점


을 뼈저리게 느끼며, 한명의 재낳괴로서의 의견을 정리하고 전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세줄 요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줄로 요약해보자면, 재택근무의 핵심 장점은 '시간과 집중도'이다.

이제 한 줄로 요약한 내용을 수십줄로 풀어보겠다.




1. 출퇴근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에서의 탈출


출퇴근을 각각 한시간이라고 잡아도 2시간의 시간이 줄어든다.  씻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에 3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남는 시간엔 취미 활동을 하거나, 운동과 같은 자기계발(오운완)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일정을 소화 할 수 있다. 


상상을 해보자. 우리의 대기업 김대리는 재택이 어려운(일주일 필수 출근 일자 지정되어있는 경우 포함) 회사에 다닌다. 김대리는 9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7시 30분에 일어난다. 1분이라도 늦게 일어난다면 그날은 스트레스가 만빵이다. 전철에서 시시각각으로 도착 시간을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재택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날 운이 좋게도 화상회의도 없다면?

8시 55분에 일어나면된다. 나처럼 맥북을 24시간 켜놓는 사람이라면 8시 59분에 일어나면된다. 1시간 29분이 절약되는 것이다. 물론 유연 재택근무를 지원해주는 회사라면 보통 지정된 출근시간이 없다. 아침에 눈 떠지는대로 오전 여유를 즐기다 출근을 하면 된다는 엄청난 장점도 함께 동봉된다. 



2. 아무도 못건드는 업무 집중 시간(구글 최고)


나는 보통 다음주의 일정을 전주 금요일까진 잡아놓는 편이다. 그렇게 해야 차주 일정을 내가 미리 고려해서 언제까지 어떤 업무를 해야하고, 언제 누구와 미팅을 해야하는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팅과 더불어 내가 캘린더에 주의깊게 넣어놓는 항목은 '업무 집중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날 절대 건들지마! 라는 의미이다. 


업무 집중 시간을 만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무도 건들지 않는 시간에 집중하여 일을 하여 최대의 효율성으로 업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함이다. 주간/일간 스케쥴을 온전히 내가 매니징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리 나의 집중 시간을 캘린더에 기록을 해놓는다면, 동료들이 나의 업무 집중 시간을 피해 미팅을 요청한다.


만약 사무실에 출근한다면? 일좀 할라하면 누가 말걸고 커피먹으러 가자고하고, 미팅 전후로 사담을 나누게된다. 조직장이나 더 상위 대장이 궁금한게 있다고 실시간 호출 할 것이다.(나의 이전 회사가 그랬다.) 



3. 휴지통에 버리는 시간이 없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뭘까? 오늘의 업무 리스트 정리? 아니다. 아마도 잡담을 하거나, 커피를 사러갈것이다. 사무실 출근 전에 커피를 사오면 될 것을, 굳이 노트북을 셋팅해놓고 옆 동료와 스타벅스에 간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한 손에 커피 홀더를 든 채 마치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고소득노동자처럼 자신감있게 걸어서 결국은 사무실로 돌아와 굽은 목으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이렇게 30분이 지나갔다. 


이것 뿐이랴, 하루 최소 커피 2잔은 국룰이며, 미팅 전후로 어제 유재석을 봤느니 어느 연예인의 연애 기사를 봤느니, 가쉽 대화를 하게된다.(나는 정말 관심없다.) 이렇게 또 한시간이 지나가버린다.


물론 이런 소프트 스킨십이 나쁜 것은 아니다. 동료들과의 업무 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은 정도를 벗어난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잡담이 길어저 30분이되고, 집중해야하는 업무가 있어 일좀 하려고하면 자신들의 이슈를 들고와 말을 건다. 사무실 출근을 해야하는 이유는 명확한데, 출근을 함으로 인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있다.(수많은 기업들이 이럴 것이다.)


결국 진짜로 출근해서 내가 업무를 보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하루 8시간 중 6시간도 힘든 꼴이된다. 현대와 같은 대기업에서 굳이 똑똑한 사람을 뽑아 사무실로 출근시켜놓고 사무실에서라도 '업무 집중 시간'을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멱살캐리해서 사무실에 출근시켜도, 자신들의 생각만큼 생산성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인정을 한 꼴이다. 놀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근을 한다고 야근 수당을 올려버리니, 

아에 퇴근시간이 되며 컴퓨터를 셧다운 시켜버리는 방법까지 사용하게되는데...이하 생략.

(물론 절대적인 일이 많아 야근하는 분들도 많다. 나 역시 재택근무를 하며 별로 놀지도 않지만 야근은 일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은 명확하다. 나 혼자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입열고 떠들 사람도 없다. 커피타러 바람 쐬러 굳이 나가서 30분을 소모하고 오지 않는다. 앉기 전에 미리 음식물을 책상에 준비해온다. 한번 앉으면 점심시간 전, 또는 꼭 움직여야할 시간을 제외하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귀찮다.


결국 나는 일만 하게된다. 






이런 생활을 1년 하며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 재택근무가 사무실 출근에 밀릴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만위 경험으로 내린 1인 결론이지만,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해보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물론 내 주변의 동료가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의 생활과 업무 패턴을 대변 하지는 못한다. 


이 세상엔 아직도 '눈에 보여야 직원 관리가 된다.'는 마인드로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는 일부 어르신들이 존재한다. 이분들의 마인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분들이 경험한 시대의 조직구조와 기업문화가 그랬었기 때문이고 그분들은 그렇게 관리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들의 우려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오프라인 출근을 선호하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재택을 하면 업무 효율성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출근 2주만에 나의 불안한 생각은 경기도 오산을 넘어 육산이었다는 것을 깨닳았다. 다시는 재택에 대한 불안함을 입 밖에 꺼내지도 않는다. 


재택을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다. 단지 좋은 기업문화가 있는 곳에서 '재택'에 대한 업무 경험이 '축적' 되어있느냐, 내가 과거에 겪었던 '사무실 출근'이라는 경험을 버릴 수 있는 마인드가 준비되어있느냐,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시대에 굳이 매일 사무실에서 얼굴보며 일을 해야하는 것인가, 정말로 재택을 하면 직원 관리가 안되는 것인가, 수많은 IT회사들에서 재택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다양한 관점으로의 생각을 해보면 되지 않을까.


라고 '어르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길게 써놓았지만, 

결국 상사이건 부하이건 함께 하는 동료들을 업무적으로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신뢰'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있는 이곳은 

좋은 기업문화가 존재하고, 업무적으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조직과 구성원이 존재하기때문에


나는 재낳괴(재택근무가 낳은 괴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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