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집을 나서자 바람이 가을 냄새를 한 움큼 집은 채 불어온다.
출근길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불어오는 가을 냄새에 괜스레 기분이 좋다.
고작 1~2도 내려간 아침 기온이 이리도 사람의 기분을 흔드는 게 참 신기하다.
지독했던 여름이지만 문득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나보다.
이렇게 여름 BGM을 찾는 걸 보니.
노래는 정말로 신기하다.
한 곡만으로도 이 방안에 계절을 불러올 수 있으니.
2009년의 여름, '트리플'이라는 드라마의 OST를 찾는다.
그 몽글몽글함이 참 좋았다.
나의 여름은, 현실의 여름은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는 것 투성이지만 TV 속 여름은 마치 왜 계절의 이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듯 아름답다.
내리는 음악도 흐르는 비도 모두 여름향기를 품고 청춘을 비추고 있었다.
어느덧 극 중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되어버렸다.
그런 나는 이미 지나버린 청춘을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그들의 청춘을 마음껏 살아가고 있었다.
스무 살의 내가 동경했던 그들의 모습처럼 되기에 나는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그들처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붙잡고 싶었던 여름은 아직은 보낼 수 없는 나의 청춘이었나보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 힘차게 매미가 울어대듯 살아가야겠다.
여름 BGM이 아쉬워지지 않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