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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Nov 02. 2015

Railray 해변에서.

#태국여행#끄라비#아오낭#Cave해변이최고

따가운 햇살에 더 까맣게 탈까봐서 모래속에 발을 묻고, 알랭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여행의 기술'을 펼쳐 들었다.

2015년 11월1일 일요일.

아오낭비치에서 긴꼬리배를 타고 Railray 해변으로 들어갔다.(왕복 200밧)

지금은 CaveBeach에서 언니랑 책을 읽고 있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서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행은 왜 떠나는 걸까?

난, 왜 떠나 왔을까?


회사를 그만두고 진정으로 '쉼'을 하고 싶어서 떠나온 여행. 나에게 '쉰다'라는 것, '휴식'이라는 것은 평상시 고민해야 할 것들에서 멀어지는 것을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하는 이유를 알겠다.


"인간 종 가운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며 살아가는 집단은, 먼 옛날 진화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조상들은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음미하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살아남아 후손의 성격을 형성해주었다. 반면 이들보다 집중력이 강했던 동료들은 자신이 현재 속해 있는 시간과 장소에 몰입하는 바람에, 눈에 보이지 않는 들소의 뿔에 받혀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앞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 같다.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스타일인데다가, 끊임없이 내일 일정을 생각하는 스타일. 그래서 하루를 더 길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이 오직 생각뿐일 때에 정신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요구에 의해 농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투를 흉내내야 할때처럼 굳어 버린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때는 생각도 쉬워진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을 때나,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을 눈으로 쫓을때, 우리 정신에는 신경증적이고, 비판적이며, 실용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의식에 뭔가 어려운 것이 떠오를 때면 모른 척하고 또 기억이나 갈망, 내성적이고 독창적인 관념들은 두려와하고 행정적이고 비인격적인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이나 풍경은 이런 부분이 잠시 한눈을 팔도록 유도한다."


"평야를 가로질러 여행하면서 나는 모처럼 아무런 억제 없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집필 중인 스탕달론에 대하여 생각하고, 나의 두 친구 사이에 형성된 불신관계에 대하여 생각하고, 나의 두 친구 사이에 형성된 불신 관계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 정신이 어려운 관념에 부딪혀 텅 비어버릴 때마다 의식의 흐름은 창밖의 대상에 고정되어 몇 초 동안 그것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면 또 새로운 생강의 똬리가 형성되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술술 풀려나가곤 한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편의점에서 저녁을 사왔다. 여행을 가면 편의점 물건들을 신기해 하며 쇼핑하는 것이 즐거움인데, LEO 맥주태국 컵라면, 볶음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골라 든다.

 야시장에서 파는 치킨 튀김, 길거리에 서있는 '툭툭'이가 더이상 신하지 않다는 것. 태국에 내가 이 정도 적응 했나봐.

난. 태국에 적응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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