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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Feb 17. 2016

일찍 못일어 났다.

[규슈취재여행]9일차._2016.02.10

나도 모르게 알람을 꺼버리고 번뜩 정신을 차리니 6시 30분.

잠자리가 바뀌고 또 덜 피곤 하니까 열두시가 넘도록 잠이 안오더라.


나는 요새 '여행'이랑 밀땅 중이고,

그리고 아직도 '여행'이란 녀석을 잘 모르겠는걸.

지금은 목적이 있는 일과 묘하게 섞여 있는 여행이라 그렇게 생각 안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여행'은 나에게 어렵다.


#. 일찍 못일어 났다.

원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7시 30분 기차를 타고 이부스키 올레 1코스를 정석으로 걸을 생각이었는데...

6시에는일어나야하는데 못일어 난거지.

깔끔하게 기차는 포기하고 버스로 가기로 했다.

이런 쿨한 결정을 하고 한시간을 더 잠을 잔 나에게 박수를.

(어짜피 아침에 추울때 나가봐야 고생이라고 생각함.)

지금 이부스키는 가을 날씨 같다. 

아침에는 쌀쌀하고, 낮엔 살짝 덥다.


#. 오늘의 여행 시작.

편의점에 가서 아침으로 삼각김밥을 샀다.

돈이 없어서 편의점으로 때우는게 아니고,

괜찮아 보이는 라면집 오픈이 10시란다.

편의점 말고는 아침 먹을곳이 없네.

물이랑 김밥을 사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를 기다려 뒷문으로 종이를 뽑아 앉았다.

종이에는 "6"이라고 적혀있다.

버스 앞쪽에 1부터 50번쯤 까지 숫자가 있는 전광판.

정류장을 하나씩 지나갈수록 "6"에 표시된 요금은 올라간다.

거리 비례제 인거지.

처음 며칠은 요금 내는 것도 그렇게 긴장이 되더니.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나는 보통 사람들 보다는 훨씬 빨리 적응하는 편인 것 같아.


#. 나가사키바나 신사.

바다 앞의 신사라, 용궁을 모신다.

2016년에는 취직도 하게 해주시고, 남자 친구도 생기게 해주세요.

크리스찬이 꽤나 진지하게 용왕님께 소원을 빌었다.

누구라도 들어주시겠지.

누구라도 좋으니 좀 들어 주세요.

어제 저녁에도 그가 생각났어요. 그건 좋지 않아요.

잊을 사람은 잊어야 한다구요.


#. 올레길을 걸었다.

오랫만에 올레길을 걸으니,

여기가 일본을 가장한 제주도 어느 마을 같은 기분이 들고,

어쩌다 지나가는 분들은 한국 사람 같기도 한 착각도 들더라.

(막 한국말이 들리는 줄 알았어.)

아. 너무 좋은 산책이었어.


오늘의 계획은 올레길을 걷는 거였는데,

올레길을 걷고도 2시에 스케줄이 끝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책에 올릴 만한 라면집을 조사차 먹으러 갔다.

편이점들러 맥주를 한캔사고,

숙소 앞에 있는 온천엘 가서 기분 좋게 온천욕~.



취재를 가장한 여유로운 여행이 또 이렇게 지나 갔다.

(시간 참 빨라. 여행의 한 반은 한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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