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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Feb 20. 2016

다음 도시로 넘어갈땐 항상 긴장이돼.

[규슈취재여행]12일차._2016.02.13

아침 5시 30분 기차를 봐뒀다.

기차표는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구마모토까지 사뒀는데,

이부스키에서 가고시마중앙역까지는 따로 끊어야 한다.

기차 시간표를 모두 알고 가면 좋은데,

손바닥 만한 작은 JR 기차시간표 책자만 건네받았다.

'숙소가면 공부해야지'그리고 그냥 자 버린건 함정.;;;


걱정이 되어서 일까,

4시부터 15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 놨는데,

4시 알람에 바로 눈이 떠졌다.

옆 침대 분에게 최대한 피해 안가게 조심스럽게 짐을 싸고,

깜깜한 새벽 거리를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서두르면 4시 48분 첫차를 탈 수도 있는 상황.

어두워서 왼쪽으로 꺾어져야 할 곳을 그냥 지나 치고 말았다.

새벽녁, 내 캐리어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크지만, 어쩔 수 없다.

큰 소리에 집 밖으로 나오신 어르신에게,

'이부스끼 에끼가 도꼬 데쓰까?'

라고 여쭈 었더니,

역시 좌회전을 그냥 지차 친거였어.


내 걸음은 빨라 졌다.





겨우 첫ㅌ차를 잡아 탔다.

역에 들어서면 바로 있는 승강장이 었기에망정이지,

건너 승강장이었으면 그냥 40분을 더 기다릴 뻔 했다.

오늘의 계획은 이거야.

히토요시역을 들렀다 구마모토를 가야 겠으니,

최대한 일찍 움직이자.

그러면 시간이 안맞아 기차를 기다리더라도 오늘 안에 구마모토에 가겠지.

사실 낯선 도시에는 해가 지기 전에 가야 할 것 같아서..

어두우면 낯설고 또 무섭기까지 하니까.

여행을 그렇게 많이 했어도 외롭고 두려운건 떠나지 않는다.




어렵기만 했던 그 손바닥만한 JR 노선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한문의 역을 지금 지나가는 역과 매치해가며 안심을 한다.

어느 역에서는 심지어 출발 하려고 문 닫았던 열차도 쉬러 가시던 기관사 아저씨가 손짓해서 열어 주셨다.

이런 우연과 행운이 겹쳐 히토요시역에 10시 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즐겨보는 예능 프로 몇편을 핸드폰에 담아 왔다.

기다리는 20분, 열차가 도착하는 1시간쯤의 시간들을 예능 프로와 보냈다.

긴장이 좀 수그러 들고, 시간이 금새 간다.

어느 작은 역에서는 손주와 함께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던 할머니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의 걱정와 두려움이 사그라져 갔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히토요시시.

맑은 하늘이 아니면 사진도 찍기 힘들 듯 해서 그냥 지나가야하나,

고민도 많이 했지만,

들러서 3시간쯤 취재를 열심히 했다.

하필 비가 많이 내릴때 카메라 옆에 끼고 우산을 받쳐들고 걷느라 

무릎 아래는 다 젖었는데,

역으로 돌아오니 비가 개었다.


일본어는 많이 몰라도 된다.

"구마모토?"

라고만 말해도 알아 듣고 안내 해주시는 친철한분들.

여행의 기억이 이렇게 쌓여져 간다.



덕분에 히토요시시까지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지금은 구마모토.

여행을 하면서 제일 긴장이 되는 건 도착한 그 첫날이다.

나에게 구마모토는 어느정도의 안심. 여행이 끝나간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기분.

구마모토가 한국, 내 집 내 방에 가까워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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