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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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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Sep 21. 2020

스물둘


꼭꼭 눌러쓴 글씨

파랗게 쨍그랑거리던 그 겨울 바람의 냄새

지상의 밤

위노나 라이더가 피우던 담배는 딸기맛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동아리방을 가득 채우던 담배연기

자막도 없이 보던 중경삼림

딸기맛은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리며 입김으로 녹이던 차가운 손

학교 식당에서 먹는 싸구려 점심

표지를 반씩 잘라낸 지나간 달의 KINO

버스를 타고 무작정 종점까지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이른 아침 도착한 자취방에서 후배와 등산을 가버리던 너

남겨진 나와 보랏빛 하늘이 까마득하게 울었다


그 푸르던 캠퍼스의 정원

쓸데없는 고민으로 수업을 째고

혼자 컵라면을 먹으며 종일을 보내던 만화방

높다란 하늘이 아득하게 빙빙 돌 때까지 낮술을 마셨다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을 하고 싶었다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고 어울리지도 않는 보라색 바지를 샀다

나를 알아보는 이 없는 마트에 갈 때 입는다

세월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도 몰래  보랏빛 하늘을 훔쳐 본다


스물 둘,  그 보랏빛의 시절



2020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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