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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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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Aug 30. 2020

시간은

재발이 없는지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간다


시간은

이제는 사라진 비둘기호처럼 덜컹거려

나는 내내 멀미를 한다

하늘은 어지럽게 새파랗고

바람은 숨막히도록 후덥지근하다

시간은

아름답고 찬란한 얼굴을 하고

무색한 나를 한없이 처량하게 한다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로 울렁거리고

건물들은 딱딱하게 등을 돌린다

시간은

멈춰 선 머리 위로 흙더미처럼 쏟아져내려

나는 죽음처럼 순간에 갇힌다

여기저기로 뻗은 길들이 구겨진 지도처럼 엉키고

무수한 공간들이 와르르 내려앉는다


그럼에도 시간은

몸을 추스려 끝없이 탱탱하게 뻗어간다

세월은 닳아진다

나는 다시 걷는다


2018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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