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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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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Nov 25. 2019

보내줄 줄도 알아야지

요즘 들어 피부가 조금 좋아진 것 같았다.

거울 속에 나의 피부가 웬일인지 예전보다 덜 거칠었고 덜 울퉁불퉁했다.

화장 같은 건 잘 할 줄도 몰라서

기미를 가리기 위한 쿠션을 조금 바르는 것이 전부인 나에게

좋아진 피부는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었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볼 때는 안경을 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원래도 원시인데 최근 약을 먹으면서 눈이 더 급격하게 나빠졌다.

조그만 글씨는 읽기가 너무 힘들어져서 안과에 가서 노안을 교정하는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가까운 거리의 것들은 모두 뿌옇게 보인다.


웬일로 피부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거울을 볼 때마다 노안으로 뽀샵한 얼굴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 노안이 된다.

그래서 나의 늙음을 조금 덜 눈치챈다.

세월이 가득한 얼굴을 조금 덜 자세히 본다.


그러라고 노안이 되나 보다.

조금 떨어져서 보라고, 조금은 더 무뎌지라고,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것들은 모른 척 보내줄 줄도 알라고.


                                                                            2018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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