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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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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Dec 19. 2021

쏟아진다

변기를 잡고 토악질을 하니 세상이

쏟아진다

쩡하고 깨져버릴 것처럼 차가운 너의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했던 점심식사가

내일도 끝내지 못할 걱정이 쏟아진다

물을 내리기 전에 본 세상은

붉고 푸르고 어둡다


붉고 푸르고 어두운 잠이 쏟아지면 꿈이 온다

그냥 막 다 보일 수밖에 없는 화장실에 앉아 있거나

끝없이 모양을 바꾸는 길 속에 갇혀 집을 찾아 헤매거나

어두운 물속에서 멈출 수 없이 가라앉아 가는데

세상 처음 보는 생명체들의 유영을 보며

점점 더 가라앉고 가라앉아

도대체 어디까지 내가 없어져야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걸까


키보드에 쏟아진 달콤한 커피처럼 수습할 수도 없는

그러나 살지 않을 수도 없는 시간이

꿈속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어둡고 탁한 물속에 가라앉아

그냥 꿈일 거라고 꿈이니 괜찮을 거라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이라도 되려고 할 거짓말을

달콤한 커피에 젖어 망가진 키보드가

그렇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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