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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Aug 04. 2016

우리의 삼시 세 끼는 소중하다
<삼시 세 끼>

 TVN

삼시 세 끼가 좋다. 특히, 혼자서 노닥거리는 토요일 오후, 재방송되는 삼시 세 끼가 좋다.


나는 무언가를 계속 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혼자 살았던 많은 시간 동안, 집에 돌아오면 TV를 틀어 놓았다. 사실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래도 TV가 나불거리고 있는 것이 좋았다. 이런 습관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도 혼자 있는 토요일, 노트북으로 인터넷의 바다를 허우적거리면서도 TV를 켜 놓는다. 이때, 가장 반가운 프로그램이 삼시 세 끼다. 

중간부터 봐도 괜찮다. 다시 봐도 괜찮다. 어떤 긴장도 필요 없다. 그저, 거실에 걸려 있는 그림처럼, 병풍처럼, 방 안에서 훔쳐보는 시간의 배경이 되기에 가장 적절한 프로그램.

왜?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정말 많다. 대부분 주말 시간, 휴식을 위해 보는 프로그램인데, 나에겐 휴식이 되지 않는다. 즐겁게 웃고 시끄럽게 떠드는 속에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놀이'조차 '경쟁'으로 하는 걸까? 왜 자꾸 등수를 매기고 일등만이 특혜를 받는 것일까? 왜 이런 현실을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다시 겪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휴식하고 싶다. 혼자서 노닥거리는 휴일 오후, 긴장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삼시 세 끼가 좋다.



삼시 세 끼에는 어떤 경쟁도 없다. 어떤 게임도 없다. 그저 잠을 자고 일을 하고 밥을 해 먹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소박한 일상이, 어떤 이들의 하루가 담담하게 그려질 뿐이다. 그 속의 어느 누구도 이기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자기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며 서로를 아끼고 돌본다. 그래서 그 속의 어느 누구도, 시청자인 나까지도 긴장할 필요가 없다. 한동안의 여행 끝에 돌아온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 나를 둘러싸는 안심, 그런 것들이 가득하다.


나의 일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을 따지며 볼 필요도 없다. 채널을 돌리다 중간쯤 보기 시작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러 번 다시 봐도 지겹지 않다. 밥이나 김치에 질리는 일이 없는 것처럼.


결혼을 하고 나서 나에게 생긴 가장 큰 과제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노력도 노력이고, 어떤 반찬을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힘들다. 나는 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이라고 말한다. 



삼시 세 끼는  '삼시 세 끼'를 준비하는 고단함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렇게 준비된 '삼시 세 끼'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엄마가 부엌에 들어가고 뚝딱뚝딱하면 그냥 차려지는 상이 아니다. 계속되고 반복되는 고단함을 이겨낸 정성, 그것이 있어야만 한 끼의 밥상이 차려진다. 사람들은 그 고단함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 고단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너무나 당연히 그 고단함을 받아들인다. 

차승원의 대단한 요리 솜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요리팁을 얻기도 한다.) 그가 밥을 준비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것이 좋고, 그의 정성을 고맙게 여기며 맛있게 먹는 유해진이 좋다. 차승원의 요리과정을 귀하게 여기고 살뜰하게 도와주는 손호준도 좋다. 차승원이 여자가 아닌 것도 좋다.(유명한 셰프는 다 남자인데, 왜 일상적인 요리는 다 여자의 몫인지?!)



일주일, 또 전쟁 같은 노동을 했고 만만치 않은 삶을 견뎌냈기에 고단하다. 고단한 몸으로 그들의 노동을 본다. 그들은 땀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한다. 종일 일한 대가로 한 근의 고기를 산다. 노동의 대가는 소박하지만, 그 소박한 대가는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이 된다. 그래서 그들의 땀과 부지런함은 역시 소중하고 아름답다. 일주일 동안 고생한 나의 어깨에 토닥토닥하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어쨌든 좋다. 한 껏 게을러지고 싶은 토요일, 금요일 밤 방송되었던 삼시 세 끼의 재방송을 틀어놓는다.  오늘 밤 따뜻하고 소박한 한 상, 정성껏 차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 낮을 존다. 일을 할 수 있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일상에 고마움을 느낀다. 평화롭다. 그래,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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