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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Aug 10. 2016

스무 살에는

피임약 말고 콘돔 

옛날에는 극장에 가야 생리대 선전을 볼 수 있었다.(내가 얼마나 옛날 사람인지 들통나는 이야기)

어느 날인가 처음으로 TV에서 생리대 선전을 봤을 때, 너무 놀라고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TV를 통해 보는 생리대 선전이 아무렇지도 않아질 무렵,

피임약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생리대나 피임약이 부끄러움이 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며 감추고 살았다. 꼭 필요한 것인데도. 어린 시절 옷장 속 저 깊은 곳, 검은 비닐봉지 속에 숨어있었던 은밀한 생리대가 기억난다. 그래서 나의 놀람이나 민망함과 상관없이 이런 광고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광고와 함께 생리대는 검은 비닐봉지를 벗고 환하고 넓은 마트 진열대에 놓이게 되었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은 이런 광고들을 보면서 민망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는 생리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피임약에 대해서는 좀 다르다. 피임약은 생리대와 같은 필수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임약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겠지만, 피임약 사용을 권장할 이유도 없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 아주 특별한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좋을 건 없다.


더구나 최근 나온 피임약 광고의 카피가 나에게는 좀 불편하다.


스무 살의 사랑은 서툴다.

그래도 내 몸에 서툴을 수 없으니까

ㅁㅅㄹ

에스트로겐을 1/3 줄였으니까

내 몸에 부드러우니까

나의 첫 번째 피임약

ㅁㅅㄹ


경구 피임약은 생리기간을 제외한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무 살에 경구 피임약으로 피임을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아줌마들도 번거롭고 몸에 좋지 않아서 선호하지 않는 피임법인데?



쉽고 간단하며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피임법 광고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스무 살에게도 적합한.

그런 광고가 많이 나오면 또, 조금은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스무 살의 사랑은 서툴어도

자신의 몸에 서툴 수 없다면

아무리 에스트로겐을 줄였어도

아무리 부드러워도

너의 첫 번째 피임법은

피임약 말고 콘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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