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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May 25. 2017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우주여행, <금지된 행성>

프레드 M. 윌콕스 / 1956

(줄거리, 그냥 다 말해버립니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알테이어 행성을 탐사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벨레로폰 호. 벨레로폰 호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C-570이 파견된다. 알테이어 행성에는 벨레로폰 호의 생존자인 뫼비우스 박사와 그녀의 딸, 그리고 그가 만든 로비라는 로봇이 살고 있다. 웬일인지 뫼비우스 박사는 C-570의 행성 착륙을 막으려 하지만 착륙을 강행하는 C-570. 행성 착륙에 성공한 C-570의 대원들은 뫼비우스 박사를 만난다. 뫼비우스 박사는 무언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을 적대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한동안 행성에서 지내며 행성을 지배했던 고대 문명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대원들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괴물이 그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 대원 몇 명을 잃고 나서 그들은 그 괴물의 정체가 뫼비우스 박사의 부정적 의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괴물을 막기 위해 뫼비우스 박사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 C-570의 대원들은 그의 딸과 함께 지구로 귀환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벤트 호라이즌>이 떠올랐다.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모티브가 이 영화 속에 그대로 있었다. 이 옛날 영화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우주에서 그들을 괴롭히는 것은 외계 생명체나 우리보다 발달된 문명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공포, 이기적인 욕망 - 우리보다 발달된 문명에 대한 동경, 어떤 위험이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욕망 -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우리를 설득한다. 외부가 아닌 내부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것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려울 뿐 아니라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에 무겁다. 나는 SF영화들이 우리를 사로잡는 까닭은 화려한 ‘볼거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 화려한 화면 뒤에서 존재와, 존재가 존재하게 하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성찰함으로써 우리를 매혹한다. 그런 면에서 <금지된 행성>은 정말 매혹적인 영화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웃음만 나는 특수 효과와 분장과 같은 투박한 표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의 많은 요소가 이후에 나오는 SF영화들에서 발전적으로 계승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외계인 납치를 소재로 한 영화 <포스 카인드>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인간을 납치하는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외계인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믿음이 주는 섬뜩함이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의문은 궁극적으로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누구나 그 답을 알고 싶다. 그러나 죽지 않는 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아니, 죽는다 하더라도 그 답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은 신을 만들고, 인류를 창조한 외계인을 만들어낸다. 우주에 대한 궁금증은 곧 나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다.


인간의 의문은, 의문 때문에 생겨나는 많은 질문들은, 이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시대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진다. 그래서 <구운몽>을 관통하는 '호접지몽'의 인식이 <매트릭스>의 세계관과 놀랍게도 닮은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인간의 질문은 그 본질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실에 따라 새로운 옷을 입을 뿐이다.


그러니 <금지된 행성>은 대단한 영화다. 무려 60년 전의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그 질문의 모양새가 오늘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할리우드의 <공각기동대>가 그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도 원작의 주제의식을 훼손해 버린 것을 생각해보면, 특수효과랄 수도 없는 것들로 이만큼이나 고민할 만한 주제를 던져 주는 이 영화를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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