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가르쳤다
새벽까지 시험 문제를 냈다
이제 밤샘은 못하겠다
늙어 가는 것이 슬프다
어떻게 욕망 없이 살까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고 죽을까
우리 동네 고물상에는 늙은 개가 있다
살도 많이 찌고 걸음도 불편해서 누가 봐도 늙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해바라기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혹시나 싶어 걱정이 된다
오늘은 맑은 하늘을 이고 해바라기 하는 늙은 개를 만났다
반가워 다가가 인사를 했더니 무거운 몸을 일으켜 다가오며
꼬리를 흔든다
나를 향한 눈이 활짝 웃는다
천상병 시인하고 똑같이 웃는다!
이렇게 사는 구나 했다
이렇게 죽는 구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