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같은 아들 장가보낸 어머니와
늦도록 시집도 못간 딸이
해높은 한가한 동네
산책을 나선다
매번 똑같이
골목대장 늙은 개가 보이고
고추파는 할머니를 만나고
마음이 발바닥처럼 닳고 닳아도
무심히 흐르는 시절
매일 하나씩 버리고 돌아오는 산책길
늙은 엄마와 젊지 않은 딸은
건망증 농담으로
걸음을 채우며
기울어 가는 해
기울어 가는 시절
허리께에서 자꾸만 빠져나가는 무언가 대신
몇 봉지의 반찬거리
묵직한 종아리를 끌며
해거름이면 두 여자 돌아온다
뭐 즐거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는
한가한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