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혼잣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잠 Jul 17. 2016

산책

남편같은 아들 장가보낸 어머니와

늦도록 시집도 못간 딸이

해높은 한가한 동네

산책을 나선다    


매번 똑같이

골목대장 늙은 개가 보이고

고추파는 할머니를 만나고    


마음이 발바닥처럼 닳고 닳아도

무심히 흐르는 시절

매일 하나씩 버리고 돌아오는 산책길    


늙은 엄마와 젊지 않은 딸은

건망증 농담으로

걸음을 채우며

기울어 가는 해

기울어 가는 시절     


허리께에서 자꾸만 빠져나가는 무언가 대신

몇 봉지의 반찬거리

묵직한 종아리를 끌며

해거름이면 두 여자 돌아온다    


뭐 즐거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는

한가한 산책길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