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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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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Jul 17. 2016

다세대 주택의 골목

원래 우리 집 건물 출입구에는 똥이 없었다    


어느 날 

새로 지은 옆 건물에 비둘기 부부가 날아 들었다

비어 있는 4층 건물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2층 다락방, 조그만 창문 틈새로 들어가 둥지를 틀었다    


다락방 창문을 마주보는 우리 집 건물 출입구에 똥이 퍼덕이 앉았다

세를 내지 않으면 무단입주

사람들은 똥을 치우고 창문을 닫아 버렸다

비둘기 부부는 조용히 닫힌 창가에 앉아

똥을 쌌다    


비가 왔다

똥은 떠내려 갔지만

비둘기 부부의 회색 깃 똥내는 떠내려 가지 않고

회색 벽마다 가득했다

창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 속에 부화하지 못한 알들이 썩어 똥내를 풍겼다    


또 비가 오고

사람들은 비둘기를 잊었지만

우리 집 건물 출입구에는 가끔 똥이 보인다

똥내가 퍼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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