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의 골목
원래 우리 집 건물 출입구에는 똥이 없었다
어느 날
새로 지은 옆 건물에 비둘기 부부가 날아 들었다
비어 있는 4층 건물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2층 다락방, 조그만 창문 틈새로 들어가 둥지를 틀었다
다락방 창문을 마주보는 우리 집 건물 출입구에 똥이 퍼덕이 앉았다
세를 내지 않으면 무단입주
사람들은 똥을 치우고 창문을 닫아 버렸다
비둘기 부부는 조용히 닫힌 창가에 앉아
똥을 쌌다
비가 왔다
똥은 떠내려 갔지만
비둘기 부부의 회색 깃 똥내는 떠내려 가지 않고
회색 벽마다 가득했다
창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 속에 부화하지 못한 알들이 썩어 똥내를 풍겼다
또 비가 오고
사람들은 비둘기를 잊었지만
우리 집 건물 출입구에는 가끔 똥이 보인다
똥내가 퍼덕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