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와 산책을

by 마음의 잠

처음으로 휴직을 했다

그래서 매일 열네 살 늙은 개와 한가한 산책을 한다


조그맣고 늙은 개를 따라 걷다 보면

촐랑거리는 예쁜 걸음이 느려진 것이 엾다

시원하고 짭조름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이젠 상처랄 수도 없는 흉터가 문득 쓰리다


늙은 너도 아프고 늙어가는 나도 아프다

아무렇지도 않은 오늘인데

지나온 시간이 아프고 다가올 시간이 아프다


뜨뜻한 아스팔트 위 무수한 발자국들로

세월이 간다

오늘도 몇 걸음 세월을 보태고

쓰린 바람을 피해

지쳐버린 늙은 개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늙어가는 나의 손을 씻는다

늙은 개의 발을 씻긴다


2018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