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by 마음의 잠

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

창 밖에서 기웃거리고 있다

한 움큼의 약을 집어삼키고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면의 밤이다


때로는 어두운 화장실 구석에도 있다

어쩌면 가지런히 걸린 옷가지들 뒤에 숨죽이고 있다

싱크대 깊은 곳 오랫동안 쓰지 않아 녹이 슨 주전자 속에도 있고

어젯밤에 물을 준 화초의 젖은 흙 속에 녹아 있기도 한다

이불장 두꺼운 이불 사이에 끼어있기도 하고

오래되고 두꺼운 책의 200쪽쯤에 눌린 이파리처럼 영원한 시간을 쫓기도 한다


지친 새벽이 되면 잠잠해지지만

한 움큼의 약과 악몽과 불면을 따라 저녁이면 다시 돌아온다

잡동사니를 넣어둔 어두운 창고의 낡은 의자 밑에도 있고

열린 문 뒤편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기도 한다

수많은 기억을 삼킨 낡은 사진첩 속에도 있고

가여운 일기장 속에도 있다


소설이 되고도 남을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

소설이 되고도 남을 서러운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한 움큼의 약을 삼키고 서러움을 삼키고 악몽과 불면을 따라 너를 만난다


2019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