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포옹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너는 침묵하는 어둠 속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가버렸다
고요한 어둠이 몸을 부풀려 되돌아 걷는 나를 쫓는다
높은 건물들이 가득한 거리는 위태롭다
거대해지는 어둠 속 휘감겨 드는 높은 건물마다 네모난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진다
저렇게 많은 불빛 저렇게 많은 사람들 서로는 알지도 못할 저렇게 많은 사연의 무게를
어떻게 다 견디라고 저리도 높이 지었을까
높은 건물들로 가득한 거리는 숨이 멎을 듯 위태롭게 절룩거리며
어둠을 휘감아 안고 나의 걸음을 뒤쫓는다
깊은 포옹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점점 깊어지는 어둠에 쫓겨 사연하나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도 높은 건물
높은 건물은 사연하나 만큼의 무게를 또다시 집어삼키고
나, 위태롭게 절룩거린다
2018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