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판단과 유보 사이에서

by 키루

- 영화 추천 좀

- 괴물

- 봉준호?

- 아니 그거 말고...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판단을 신중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마음을 시험할 사건이 일어났다.


2024년에 터진 강형욱 사건. 사건 초기 여론은 들끓었고, 그건 내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강형욱 측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며 중립을 지켰는데 주변 반응은 내 기대와 달랐다.

"결과 뻔한 사건에 뭔 소리야" "착한 척 좀 그만해" "피곤하게도 산다"

나랑 괴물을 같이 봤던 형까지도 그랬다.

나는 혼자였다. 그래도 버텼다.


차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

"내가 앞으로는 괴물 안된다"

그 형은 반성했다. 그런데 통쾌하지 않았다.

쾌감이 전혀 없었냐면 거짓말이다. 근데 그건 '내가 옳았다'보다 '버텼다'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중립은 멋있지도, 당당하지도 않았다. 초라했다.


중립은 언제나 필요하고 옳은 자세일까.

이미 상황이 기울어진 뒤의 중립은 방관이나 동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예전엔 단순했다. 근데 이제는 확신이 없다.

중립이 맞는지 틀린 지는 대부분 사건이 끝난 뒤에 드러나는 것 같다.

하지만 사건 한가운데 있는 나는 혼자였다. 내가 지금 취한 중립이 어느쪽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 뒤로도 여러 사건들이 터졌다. 나는 그래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단순한 중립이 아니었다.

'비난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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