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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백하게 Oct 25. 2024

빠른80입니다: 끄적인 흔적

쓰는 삶을 응원하며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장에 방문했다. 일요일 아침부터 딸을 깨우고 김포에 거주하는 친정엄마까지 불렀다. 미끼는 서울숲 산책과 디저트카페였으나 실은 글쓰기를 어렵고 귀찮은 작업으로 인식하는 이 둘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물론 연료를 넣어주지 않으면 금방 식어버리는 내 글쓰기 열망도 자극할겸.

도착한 전시장 안에는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글쓰기가 MZ세대의 ‘힙한’ 취미생활로 떠오르고 있다더니 대부분 20대로 보였다. 전시 공간 중 나에게 영감을 준 건 ‘계속 쓰면 힘이 된다’ 코너이다.


머릿속엔 뭔가 맴도는데 문장이 나아가지 않을 때, 완성한 글이 어디선가 본 문장의 나열로 느껴질 때 글쓰기를 그만하고 싶다. 창의적 방식보다 빨리 적응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글쓰기는 고난도 수학문제처럼 다가온다. 정보를 정리 요약하고 암기하는 것에 익숙한 내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 역시 미술초보가 입시미술에 응시하듯 난감하기만하다.


“작가로서의 삶에 저를 가로막고 있는 건 두려움이었어요.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용기더라구요. 허들 한번 두 번 넘기 시작하면 도전하는 관성이 생깁니다. “


전시장 한쪽 면에 적힌 정혜윤 작가님의 말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월드 챔피언 김연아 선수 시절 인터뷰 중 누군가 물었다.


“훈련중에 무슨 생각해?“


”뭘 생각해. 그냥하는거지.“


이제 글쓰기를 평생의 여정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잘쓰고자 욕심부리지 않고 숨쉬듯 자연스럽게. 기록하고 고쳐쓰는 과정을 나의 일부로 여기고 ‘그냥,묵묵히’ 해볼 생각이다. 언젠가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도착해 있으리라 믿으며 지금도 어디선가 나처럼 끙끙대며 글을 쓰고 있을 글쓰기 동지들의 계속 쓰는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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