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비행기표의 행운-말은 씨가 된다.
달콤 고소한 에그타르트를 가끔 사 먹는다. 에그타르트의 원조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위치한 파스테이스 드 벨렝이라는 조그만 가게이다. 근처 예로니모 수도원에서 수녀들이 달걀흰자로 수도복에 풀을 먹이고 남은 노른자로 만들어 먹던 레시피를 전수받아 1832년부터 판매했다고 한다. 그 원조 가게에서 에그타르트 한 입에 에스프레소를 곁들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했다.
재작년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길 절호의 타이밍이 왔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잠시 쉴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호텔앱을 켜고 도시명 리스본을 입력했다. 경치가 예쁜 숙소 사진이 보였고 여기다 싶었다.
용감하게 혼자 갈까 하다가 아직 유럽을 가보지 못한 여동생을 떠올렸다. 독박 육아를 할 제부에게는 미안하지만 고단하게 생활하는 직장맘 여동생을 일상에서 잠깐 탈출시키고 싶었다. 나와 달리 결정에 매우 신중한 동생이 웬일로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파리를 경유하는 에어프랑스 티켓이 최저가였다. 동생은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아서 3박 5일로 일정을 잡았고 단숨에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드디어 출발일. 긴 비행 끝에 리스본에 도착했다. 시차적응이 안 되어 반쯤 잠든 상태에서 맛본 맛있고 저렴한 뽈뽀(문어요리)와 와인은 넉넉한 인심의 주인 할아버지 덕분에 더 기억에 남는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따끈한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의 조화, 친절한 리스본 사람들 덕분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쉬움에 말했다.
“파리에서 갈아탈 때 비행기가 하루만 늦춰지면 좋겠다. 에펠탑도 보고 싶고. “
동생도 한마디 했다.
“그러게.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이네 “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경유지인 파리드골 공항에 앉아 오전 11시 25분에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탑승 사인이 없었다. 30분이 지연되었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또 30분, 또 30분 지연이 되더니 결국 결항을 알렸다. 안내 승무원 주위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인천행 비행기가 내일에나 출발 가능하니 줄을 서서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바우처와 식사권을 받으라고 하였다. 역시나 눈치 빠른 한국인들이 그 줄의 선두였다.(나포함..)
그렇게 말은 씨가 되었고 우린 선물 같은 에펠탑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 도착 후 비행기 지연 보상비를 지불했던 티켓값 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리스본 왕복공짜 비행기를 타고 여행한 셈이 되었다.
가끔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혹시'가 현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