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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Nov 12. 2020

품격

"저거 보여?"

선배의 손끝이 가르치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지하철의 표지판이 있었다. 어떻게 봐도 특별할 것 없는 '잠실나루'라 적힌 평범한 것이었다.

"그냥 표지판 아니에요?"

"보기에 따라..."

뭔가 찾아보라 재촉하는 정적이 잠시 흘렀다. 그리고 선배는 이렇게 덧붙였다. 드디어 읽는 사람이 발음하는대로, 들리는대로 표기가 되었다고. 그러고는 영문 표기를 자세히 보라고 했다. 'Jamsillaru'.

"뭐가 이상한데요?"

" 'n'이 'l'로 바뀌었잖아."

그제야 보였다. 'Jamsilnaru'가 아니라 'Jamsillaru'다.

"설계의 목적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보고 프로그램을 짜고, 궁극적으론 그 시스템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 그러니까 프로는 자신을 위해 설계를 하지 않아."

선배는 기술은 어떻게든 따라하거나 살 수 있다 했다. 정말 모방하기 힘든 것이 디테일이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라 했다.


결재 자동메일 내용을 봐. 결재가 되면 통보가 되잖아. 부가세가 정확히 얼마인지 본 적 있어? 니 입장에서는 뭐만 궁금할까? 언제 돈이 들어오나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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