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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Dec 16. 2022

존재의 이유

J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깊숙히 인사를 하고 재빨리 회의실 문을 닫았어야 하는데 뇌가 사지에 명령을 내리는 것마저 잊은 듯 했습니다.


엄근진 회의 분위기에서...

중앙에 앉은 아마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으신 듯한 임원님이 입을 여셨습니다.

"뭔가? 노크라도 좀 하지."

자율신경이 움직인것인지 저도 모르게 연신 고개를 수십번 조아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아! 아!, 죄송합니다. 저 외부에서 프로젝트 중인데 너무 오랜만에 본사에 출근하다 보니..."

그 이후로도 왜 왔는지, 프로젝트가 어떤 상황인지, 주저리주저리 꽤 많은 말을 한 것 같지만 그건 J의 의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J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최대한 빨리 발등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그랜절을 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그 분이 다시 입을 여십니다.

"회의 그만하시죠."

문을 밀던 J의 근육이 얼어 붙습니다. 회사생활 꼬이는 소리도 좌측 귀에서 이명처럼 들립니다.

"김그룹장, 박그룹장. 저 분 문제 다시 들어보고 빨리 처리해주세요. 우리 회의는 그 이후에 다시 잡아서 합시다. 본사 지원조직의 존재 이유가 프로젝트 잘 돌아가도록 하는 거잖아요. 저 사람들은 전쟁터에서 순간순간 목숨 걸고 전투하는 거잖아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웅장한 것이 J의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회사 욕 누구에게 뒤지지 않게 많이 했지만, 이런 맛에 아직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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