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과 전술, 그리고 기술
유례없던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일을 하다 예기치 못한 태풍을 만났습니다.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태풍이 몰아칩니다. 경험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럴 때마다 나름의 선택을 합니다. 태풍과 싸울 것인가, 달랠 것인가,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그런데 태풍은 그런 선택을 할 대상이 아닙니다.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요.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싸움의 대상이 아니지요. 이렇게 싸울 대상을 정하는 것은 전략의 영역입니다. 싸울 것인지 말 것인지가 정해지만 어떻게 잘 싸울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언제 싸울지, 어디서 싸울지. 여기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지요. 여러 훌륭하신 전략가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유리한 때에, 내가 유리한 곳에서, 내가 유리한 방식으로
전략과 전술이 완성되면 전쟁은 모두 이기는 걸까요? 마지막 기술의 영역이 남았습니다. 아무리 전략과 전술을 잘 짰더라도 병사가 목각인형이면 이길 수 없습니다. 기술은 전략과 전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이 준비된 상태입니다.
다시 태풍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살면서 태풍이 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최첨단 과학의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도 태풍이 언제 발생할지, 그 경로를 어떻게 가져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 다음이지요. 그 다음도 너무 자명합니다. 가장 어리석은 짓은 ‘태풍에 맞서는 것‘입니다. 살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싸울 대상을 잘 고르는 것입니다. 그걸 잘 못하면 내 소중한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하게 됩니다.
유례없는 태풍이 오는 날, 쓸데없는 생각으로 에너지를 좀 소모해 봤습니다. 태풍이 왔잖아요. 지금은 가만히 있을 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