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의 기록세상
임금피크제가 대체 뭘까요?
사실 이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정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임금피크제는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합니다.
대상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에서 임금피크제가 가장 잘 만들어진 곳은 바로 삼성입니다.
정년 제도는 있지만 대상이라고 해 봐야 계약직인 임원들이니..
임금피크제는 간단히 말하면 이런 겁니다.
당신의 정년을 보장한다.
대신 월급을 깎아라.
그런데 왜 하필 올해 임금피크제로 난리가 난 걸까요?
대통령 임기, 심각한 실업률, 노동합리화를 요구하는 재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초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2013년 개정안에서 시작되죠.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정년)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2013. 5.22. 개정)>
참고로 이전 조항은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전까지 보통 공기업이나 사기업(이래봐야 대기업이지만)의 평균 정년은 57.2세 였다고 합니다.
즉, 이전까지와 달리 이 법 개정 때문에 각 사업주는 근로자 정년을 60세까지로 연장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법의 시행일이 2016년 1월 1일입니다.
(정확히는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300인 이하 및 국가, 지자체는 2017년 1월 1일)
즉, 내년 1월 1일이죠.
그래서 하필 올해 임금피크제 대란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든 도입하지 않든,
모든 공기업과 대부분의 대기업은 정년이 60세가 됩니다.
삼성처럼 거의 대상자가 없는 기업도 있지만,
사실 대기업 생산직 중에는
50대 후반까지 임원이 아니어도 살아남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는 60세까지 정년이 늘어난만큼 가중된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거죠.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① 제19조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입법자들과 법률가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법조항 번호가 바뀌는 것인데요.
그래서 이런 “19조의2” 같이 이상한 번호가
신설 법률을 만들 때는 왕왕 들어가곤 하는데..
위 조항이 바로 문제의 “임금피크제” 조항이죠.
그러나 이 조항에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을 뿐,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라는 명시적 문구가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은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 위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각종 압력이 예상될 뿐.
요새 얘기가 많이 나오길래 용어 설명차 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