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분위기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보다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고조되는 느낌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도 오죠.
하지만 너무 진탕 취하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렵고,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도 있으며, 다음 날 숙취도 걱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와인은 좋은 소재가 됩니다.
달콤하거나, 쓰거나, 묘한 맛을 담은 와인잔을 같이 기울이며,
조용한 밀담이나, 혹은 깊은 밀어를 나누면 그 관계는 보다 깊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적당한 장소가 필요하죠.
그렇다고 너무 은밀한 장소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죠.
은근하지만 개방적인 만남이 필요할 때, 이곳을 추천받았습니다.
광화문, 몽로.
http://map.naver.com/index.nhn?query=66q966Gc&enc=b64&tab=1
사실 와인은 아는 사람은 잘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소재입니다.
게다가 이 '몽로'도 유명한데다 광화문역 부근이라 접근은 쉬운데 고불고불 올라가야 하는 언덕 골목길에 숨어 있어서 생각보다는 접근하기 쉽지 않습니다.
부근에는 유명한 메이저 신문의 박물관이 숨어 있는데 그 신문에 접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느낌이더라구요.
본래 몽로 본점은 서교동에 자리한 "로칸다 몽로"라고 합니다.
광화문은 분점인 셈이죠.
실내 분위기는 안온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고,
그러면서도 폐쇄적이기보다 개방적입니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맛난 와인을 즐길 수 있죠.
"제가 추천할 와인은 아르헨티나 와인이에요. "
"어, 거기도 와인이 나와요?"
"안데스 산맥 부근에 와이너리가 많이 있죠. 프랑스 보르도에서 온 '말벡'이라는 포도들을 키우는데, 그 맛이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약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강하죠. 강렬한 보랏빛과 과일향, 초콜릿에 가까운 달콤한 향이 특징입니다."
물론 무슨 소리인지 와인 문외한인 저는 모를 소리였지만,
일단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다보니 2015년 산이 나오더라구요.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연식이 짧을수록 맛이 떫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죠.
그러자 와인을 내오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디켄팅을 해드리겠습니다."
디켄팅.
화이트와인은 할 수 없고, 레드와인만 침전물을 거르는 작업.
알고보니 나오신 분이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셨던 모양입니다.
본래 레드 와인은 포도성분 외에 '색소'가 침전하기 때문에 오래 둘수록 본래 맛을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와인 본연의 맛을 찾아주기 위해 거르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작업을 '디켄팅'이라고 한다고 해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와인을 '디켄터'라고 불리우는 플라스크 같이 생긴 유리잔 안에 넣고,
가볍게 부어 침전물을 없앤 상태에서 잔에 따릅니다.
그렇게 되면 와인잔에는 '맑은' 상태의 와인만이 남죠.
향과 맛이 짙어지는 순간입니다.
여기에 가벼운 디저트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디저트 사진은 깜박해서 비슷한 종류로 대체합니다.
밀담이나 밀어를 나누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만약 나중에라도 그런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이곳으로 모시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 어둡지도, 너무 밝지도 않은 장소가 필요할 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