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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15. 2017

워너원, 무대의 뒤편에서-아이돌의 계약관계

아이돌의 계약관계와 권리 지키기 


워너원(Wanna one)! 

지금 가장 핫한 아이돌이죠. 


<워너원 ‘국민아이돌’인가 ‘황소개구리’인가 : “직장 여름 휴가는 ‘워너원 주간’으로”, 한국일보, 2017. 8,12>

     

국민 프로듀서 1백만이 투표로 뽑은 11명의 아이돌.


워너원이 부른 노래는 온라인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고

워너원 멤버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누비며

워너원이 입은 패션은 완판이 됩니다


그런데 이 끝 모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워너원은, 

사실 모두가 알다시피 시한부 그룹이죠.


<워너원, 떡밥이 쏟아진다, 한국경제, 2017. 6 19>

워너원은 시즌1과 동일하게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로 데뷔 준비에 돌입한다. (중략) 
……워너원의 계약기간은 2018년 12월까지로, 그동안 멤버들은 원 소속사 활동을 겸할 수 없다.


워너원을 탄생시킨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단순히 아이돌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대상자를 소속사가 이미 있는 ‘연습생’으로 한정시켰죠(개인연습생 일부 포함). 


때문에 11명의 맴버 중 개인연습생 김재환을 제외하면 모두 기존 소속사가 있습니다. 

심지어 김재환도 CJ E&M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속사가 생겼죠.

바꿔 말하면 지금 워너원이라는 이름의 ‘아이돌 그룹’을 운영하는 YMC는, 

단순히 각 소속사로부터 딱 2018년 12월까지만 

아이돌 관리를 위탁받은 회사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사실 워너원이라는 아이돌 그룹 명칭의 상표도 

정작 “프로듀스 101”을 만든 CJ E&M이 출원했죠. 



그렇다면 2018년 12월 31일이 다가오고, 

마지막 무대가 끝나면 워너원과 워너원의 멤버 아이돌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 문제는 각 아이돌들의 계약 관계를 살펴봄으로서 알 수 있죠.


워너원을 뽑은 것은 ‘국민 프로듀서’지만, 

결국 이것도 연예 매니지먼트 비즈니스의 일부죠.


시장경제 대부분의 사업이 그렇듯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도 계약 관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워너원 각 멤버들의 계약서는 비밀유지조항이 들어 있을테니 

외부에 세부내역이 전부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인 매니지먼트 표준계약서나 다른 아이돌들의 사례를 보면 대략 짐작은 가능하죠.


원래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미국식과 일본식 요소가 동시에 뒤섞여 있습니다.


예컨대 연예인이 월급을 받지 않고스타가 되면 주도적인 위치에 서며소속사가 대리인(Agent)’의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식 스타일이죠.


반대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회사가 관리(Management)하고장기간의 계약을 체결해 연기자나 가수로 데뷔할 때까지 연습생으로 육성하며소속사가 대부분의 경우 주도적인 사업권을 갖는 것은 일본식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스타들은 미국식 스타일의 계약을 체결하려 하고,

연매협을 비롯한 매니지먼트회사 협회는 일본식 요소를 더욱 강화하려고 애씁니다. 


<강지환 캐스팅 '돈의 화신' 속내는 뭘까? OSEN, 2013. 1.31>


미국은 애초부터 계약관계가 확실하다. 계약서가 책 한 권 정도 될 정도로 디테일하게 세부조건이 확실해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없다. 또한한 연예인이 어느 정도 스타가 되면 자신이 직접 오너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리고 각 전문분야의 매니지먼트를 해줄 매니저들을 고용하는 형태니 분쟁이 생길 소지가 거의 없다.

일본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기획사는 신인이건 기성이건 연예인을 월급제로 고용한다. 그러므로 연예인의 경우 인기의 부침이나 활동여부에 상관 없이 일정한 고정수입과 노후안정이 보장되므로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은 '갑'과 '을'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위 기사는 매니지먼트 측 입장 기사라 좋게 써놨지만,

결국 일본식은 매니지먼트 사가 '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물론 반대로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나 

CJ와 같은 미디어 그룹은 본인들의 주도권을 극대화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과거 SM, YG와 같은 대형 매니지먼트 기획사나, 

한류 스타가 나오기 전 방송사가 주도권을 가지던 시절에는 

방송사 PD들이 막강한 권한을 갖던 시절이 있었죠. 


어쨌든 현재 일반적인 아이돌의 계약 관계는 

이 미국식과 일본식 사이에서 결정됩니다.

연습생 시절에는 당연히 일본식에 가깝게 적용되죠.



일반적인 계약 기간은 7년, 

한 때는 13년이나 아예 계약기간이 없는 계약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계약은 ‘전속 계약’이라 

소속사가 해지해주기 전까지는 데뷔를 시켜주지 않아도 

계속 그 회사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른바 ‘동방신기 가처분 결정’이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27일 동방신기의 멤버 3명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SM은 이들 3인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방해해서는 안될 처지에 놓였다.


이 사건은 당시 최고의 한류스타이자 인기 그룹이었던 동방신기의 멤버 3명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와 취소를 요구했던 사건이었죠.

이 사건은 결국 양자의 조정 합의로 막을 내렸지만 그 여파는 굉장히 컸어요


<JYJ, SM 완전 떠난다..조정합의 "상호간섭 않기로", 스타뉴스, 2012.11.28.>


이 사건의 여파로 아이돌의 이른바 ‘노예계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고,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가수 전속계약서에 대해 

‘표준 약관(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정위의 표준계약서는 꼭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법원이나 공정위에서 어떤 계약서(혹은 약관)가 유효한지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죠.


<공정거래위원회 가수 표준 전속약관(계약서)>


그래서 이 사건 이후부터는 

적어도 13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연예기획사나 매니지먼트 회사도 

좀 더 연예인에게 우호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죠. 


하지만 아직도 연습생은 약자의 신분입니다. 


이런 전제 하에 워너원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워너원의 각 멤버 계약 관계는 다음과 같이 4자 계약으로 구성될 겁니다. 


워너원 각 멤버
워너원 각 멤버의 소속 매니지먼트사
매니지먼트 대행사 YMC
프로듀스 101 제작사 CJ E&M



워너원의 각 멤버는 각자 소속사와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죠.

이 상황에서 소속사는 워너원의 멤버를 대신해

CJ E&M의 프로그램에 출연계약을 맺습니다.


아마도 출연계약서에는 데뷔를 하게 될 경우 

CJ E&M이 지정한 대행사인 YMC에 각 멤버의 매니지먼트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되어 있겠죠.

이번에는 시즌1과 달리 소속사별 활동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J E&M은 YMC와 대행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워너원 ‘국민아이돌’인가 ‘황소개구리’인가 : “직장 여름 휴가는 ‘워너원 주간’으로”, 한국일보, 2017. 8,12>

지난 6월에 프로그램이 종방했으니 계약 기간은 1년 6개월에 이른다. (중략) 워너원 멤버들은 팀 활동 외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워너원 멤버들의 소속사는 속앓이할 수 밖에 없다. (중략) 워너원 멤버가 속한 가요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CJ E&M은 그룹 수익의 25%를 가져간다.


<'프듀2' 재주는 연습생이 부리고, 돈은 Mnet이 번다, 중앙일보, 2017. 6.27.>


경쟁사 JTBC를 가진 중앙일보의 기사이니 객관적일지는 확인해야겠지만,

이 기사에 따르면 PPL이나 아이돌 굿즈(상품)은 이미 CJ가 가져가고 있었다고 하죠.



<'데뷔' 워너원, 얼마나 벌까…"경제적 가치 200억+α", 일간스포츠, 2017 7. 6>

워너원의 수익 배분은 경비를 제외하고 이들을 첫 제작한 CJ E&M이 25%, 매니지먼트를 맡은 기획사 YMC엔터테인먼트가 25%, 각각의 멤버들과 소속사가 50%를 갖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3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워너원의 수익 중 

멤버+소속사는 50% 정도를 갖는다는군요. 


간단히 계산하면, 300억÷11 * 0.5 = 13억 6천만원이 멤버+소속사의 몫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수익 배분은 7(소속사):3(아이돌)인 경우가 많고, 데뷔 전 연습생이라면 8대2나 9대1인 경우도 많다고 알려져 있죠.



이 경우 워너원 멤버 당 1억 4천만원 정도에서 4억 1천만원 사이의 수익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죠.

언뜻 보기에는 20대 초중반 청년들에게는 막대한 수익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경우 수명이 짧고 성공하는 이들은 도전하는 그룹 중 1프로도 안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을 20대 초중반에 몰아서 바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죠.


워너원의 경우 특히 2018년 12월이면 그룹이 해체되죠. 


그럼 2018년 12월,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나면 워너원의 멤버들은 어떻게 될까요?


앞에서 보았듯이 현재 계약 구조는 복잡한 4자 계약이지만, 

2018년 12월에는 끝납니다. 

그렇게 되면 양자계약, 즉 워너원 멤버와 본래 소속사와의 계약관계만 남죠.


여기 대조적인 2명의 사례가 있습니다.



워너원 멤버 황민현의 경우 본래 ‘애프터스쿨’로 유명한 플래디스 소속입니다. 


하지만 2019년 2월에 본래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를 앞두게 되죠.

반대로 김재환의 경우 개인연습생이었지만 CJ와 계약을 체결해 아마도 워너원이 끝난 뒤에도 일단은 백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부침이 심하고, 

2018년 12월 시점에 뉴이스트도 재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죠. 

결국 팬들의 사랑이 워너원이 끝나고

워너원 멤버들이 소속사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멤버들의 입지를 결정할 거에요. 


여러 사례가 증명하듯이,

강력하고 결집된 팬덤이, 뛰어난 엔터테이너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왕이면 계약 체결시 현명한 전문가나 조력자를 찾는다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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